진상규명조사위 출범 '깜깜'…역사왜곡처벌법 '표류'
"더 진상규명 기회 요구한다면 오월 영령·국민께 면목 없는 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오늘을 밝히는 오월, 진실로! 평화로!'
제39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채택한 올해 슬로건에는 진상규명으로써 40년 가까이 이어진 왜곡과 폄훼를 끝내자는 의지가 담겼다.
항쟁 역사 정립과 왜곡근절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국가 차원 진상보고서 발간,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죄' 도입 촉구 목소리가 높다.
국회 청문회, 12·12 및 5·18 특별수사,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등 수차례에 걸쳐 진상조사가 이뤄졌으나 국가 차원 진상보고서 발간은 번번이 좌절됐다.
발포 명령 체계와 행방불명자 소재 등 핵심이 미궁에 빠진 데다 정치적 논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에 기초한 역사 정립을 미루는 사이 5·18 기록사진 속 시민 수백명이 '북한군'으로 조롱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회가 진통 끝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지난해 2월 만들었다.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는 발포 경위와 책임자, 진실 왜곡 및 조작 경위, 암매장지 소재 확인과 유해 발굴, 1980년 당시 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등이다.
피해자 증언이 잇따른 성범죄 등 진상규명이 필요한 그 밖에 사건도 조사대상이다.
진상규명 활동 완료 후 위원회가 작성할 보고서는 국가 차원 진상보고서가 된다.
5·18단체는 총체적인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항쟁 39주년이 1주일도 남지 않았으나 지난해 9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출범했어야 할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아직 구성조차 마무리 못 한 상태다.
모두 9명인 조사위원 가운데 3명의 추천권을 가져간 자유한국당은 올해 1월 중순에야 후보자를 확정했다.
한국당의 추천은 적절성 논란까지 일으켰고, 청와대는 자격조건 미달과 역사 왜곡 우려에 2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위원 2명을 다시 추천해야 하는 한국당은 후보자 명단을 지금껏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방지법 또는 역사왜곡처벌법으로 불리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 표류 중이다.
이 법은 5·18에 대해 왜곡,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예술, 연구, 보도 목적인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김후식 39주년 5·18 기념행사위원장은 "더 진상규명 기회를 요구한다면 오월 영령과 국민께 면목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진상조사위원회 출범과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12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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