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
큐브릭 게임·고양이 여행 리포트·너와 나의 미스터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하늘도 맑고 기온도 선선해서 책 읽기 딱 좋은 5월 두 번째 주말을 맞아 문학성이나 진지한 자기 성찰보다 '재미'의 미덕을 추구하는 소설들이 쏟아져나왔다.
공원 벤치나 동네 카페에 한 권 들고 가서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판타지와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 동물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아프리카계 미국 극작가 은네디 오코라포르가 쓴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황금가지)는 세계환상문학상을 받고 네뷸러상, 로커스상 후보에 오른 판타지 수작이다.
종말 후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소녀 마법사가 각종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이야기다. 판타지이지만 후진국에서 자행되는 인종·성별 차별, 여성 성기 절제, 제노사이드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미국 메이저 케이블 채널 HBO에서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제작에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인 거장 조지 R.R. 마틴이 참여하기로 해 화제에 올랐다. 박미영 옮김. 608쪽. 1만5천800원.
인기 실화 작가 에이미 스튜어트가 쓴 장편소설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문학동네)는 20세기 초 미국 뉴저지주 최초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과 자매들의 실화를 극화한 '콥 자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시리즈에서 힘세고 정의감 넘치며 여동생들을 물불 안 가리고 지키는 캐릭터로 소개된 콘스턴스는 이번 소설에서는 총과 수갑까지 합법적으로 갖추고 범인들을 쫓아 뉴욕 거리를 누빈다.
실존 인물들을 다룬 소설이라 더욱 스릴 있고 매력적이다. 엄일녀 옮김. 364쪽. 1만4천원.
추리 소설 '큐브릭 게임'은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데릭 테일러 켄트가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바치는 헌사다.
젊은 영화인들이 큐브릭 영화들에 숨은 코드들을 풀어내며 그의 마지막 메시지와 유산을 거머쥐는 스토리가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이즈 와이드 셧',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스파르타쿠스' 등 큐브릭의 명작들과 재회하는 게 반갑다. 최필원 옮김. 516쪽. 1만8천800원.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고양이 여행 리포트'(은행나무출판사)는 작가 아리카와 히로가 "평생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라며 내놓았다.
고양이가 주요 화자로 나오는 게 흥미롭다. 고양이의 시점에서 인간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이 톡톡 튄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토루는 길고양이였던 나나를 입양해 5년간 키우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나나를 맡아줄 주인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긴 여정에서 벌어지는 고양이와 주인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린다. 권남희 옮김. 316쪽. 1만3천500원.
소설가 겸 극작가 이재익의 '너와 나의 미스터리'(가쎄)는 공포,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소설이 담긴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악령이 깃든 정물화를 만지면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정물의 집', 마초 검사가 게이로 변해가는 '브라더 브라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숫자를 보는 소년을 다룬 '셋 둘 하나 죽음의 카운트다운'까지 기묘한 이야기가 잇달아 펼쳐진다. 304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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