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졸면 위안부 된다" 광주·전남 인권침해 사례 소개

입력 2019-05-10 14:43   수정 2019-05-10 14:48

"수업시간 졸면 위안부 된다" 광주·전남 인권침해 사례 소개
광주인권사무소 '지역인권 사례 발표회' 개최…"인권 개선 아직도 갈 길 멀다" 한목소리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는 10일 광주인권교육센터에서 지역인권 사례발표회를 하고 각 인권 관련 기관들을 초청해 지난해 주요 인권침해 사례를 공유했다.
2005년 10월 개소한 광주인권사무소가 지난해 말까지 모두 6만7천617건의 진정과 상담 업무 등을 처리해오고 있으나 해마다 믿기 힘든 인권침해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 인권 개선의 길이 아직도 험난함을 실감케 한다.
◇ '쌍꺼풀 수술했다고 정신병원 강제입원시도'…광주인권사무소 대표사례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는 지난해 총 4천774건의 진정, 상담, 안내·민원 등을 처리했다.
인권침해 상담 대상 기관은 보호시설이 49.6%로 가장 많았는데, 광주인권사무소가 꼽은 2018년 주요 인권침해 사례도 보호시설 중 하나인 정신병원에서 나왔다.
광주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보호사가 입원환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보호사가 환자를 신체를 때리고, 탁구채로 위협했다.
환자의 진정을 받은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보호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병원장에게는 징계 조치와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지난해 광주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쌍꺼풀 수술 아동,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사건'도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허락 없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 양육시설 원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진정을 받았다.
면접·설문조사 결과 인권위는 시설 측이 다른 아동들도 문제행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행위를 추가로 밝혀냈다.
인권위는 해당 시설의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에게 시설장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지자체장에게는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광주 교육계에서도 차별 사례가 나왔다.
인권위는 고등학교 기숙사 입소 시 성적기준 우선 선발을 차별로 판단, 광주시교육감에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 "수업 중에 졸다간 위안부 된다"…학생 인권침해 사례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492건의 학생 인권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사례 중에는 언어폭력이 10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도 84건, 체벌 7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언어폭력 중에는 모 학교 역사 시간 독도 문제를 수업하던 교사가 조는 학생에게 "그렇게 졸다가는 위안부가 된다"고 말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아이들이 발언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교사는 욕설로 되받았다.
다른 학교 교사는 동성애 수업을 하던 중 "성폭행은 여자가 문제니까 일어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체벌 사례 중에는 방과 후 스포츠 시간 강사가 체육복을 입지 않은 학생에게 1천400번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게 해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주저앉기도 했다.
한 학교에서는 당구채가 부러질 만큼 학생의 발바닥을 때린 교사와 수시로 학생들의 신체를 꼬집는 교사 사례도 접수됐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인권이 보장되면 교권이 침해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권리의 이분법적 사고를 재정립하는 것이 과제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인권침해 사례
이날 발표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장애인, 노인 등의 인권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의 발표도 이어졌다.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실태 조사 결과 여성 임금은 남성의 58% 수준에 불과했으며 동종유사업종 정규직과 비교해 73.5%에 그치는 등 임금 차별도 심각했다.
2명 중 1명(50.1%)은 산해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고, 출산하고도 휴가를 못 가는 등 모성보호 휴가차별 비율도 53.9%에 달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지난해 646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성폭력 관련 내용이 61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현대판 노예 청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 주요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순천여성삼담센터 측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남편의 학대와 폭행을 겪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 사례를 언급하며 가정폭력의 인권침해 요소를 되짚었다.
광주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548건의 신고접수 사례 중 경제력이나 보호자가 없어 병원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들의 사례를 발표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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