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문지영, 17일 예술의전당서 듀오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한국 현악 4중주단의 대표주자 '노부스 콰르텟'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떠오르는 신예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한 무대에 선다.
낭만의 끝자락과 현대의 출발점에서 선 동시대 작곡가들 작품을 선정했다. 프랑스의 모리스 라벨(1875-1937), 폴란드의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 스위스의 에르네스트 블로흐(1880-1959), 독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개성 뚜렷한 곡들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김재영(34)은 "20세기 초반은 세계사적으로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격동의 시기"라며 "사회·문화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이 있었을 텐데, 음악에 이런 변화상이 어떻게 묻어났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인상주의 작곡가 라벨의 음악은 마치 분절되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프랑스어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줘요. 시마노프스키는 러시아 영향을 받아 강렬하고 선이 뚜렷하죠. 블로흐는 유대 민요와 같은 선율을 많이 써요. 슈트라우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곡가인데요, 그 음악적 언어에 적응하면 소리에 판타지가 있어요. 이런 배경지식 없이도 그 시대 유럽을 상상하며 들으시면 흥미로울 거예요."
김재영은 이렇게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인 문지영에게 듀오 연주를 제안했다.
"워낙에 지영이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년에 몇 번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재미있게 했던 터라, 이번에도 같이 해보자고 했죠."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 연주자다. 1957년 두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한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행보와도 맥을 같이한다.
김재영이 걸은 길은 남다르다. 2007년 9월 한예종 출신 연주자들로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불모지에 가깝던 한국 실내악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4년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는 우승하며 국제 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모두 한국인 최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내악 분야에 기업 후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여기까지 오는 데 한 번도 수월했던 적은 없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길을 뚫기도 쉽지 않고, 몇 년 전까지 '언제까지 가난하게 살아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관점에만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께선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물심양면 지원해주셨고, 그게 얼마나 큰 희생인지 잘 알거든요. 저희가 지금 풍족하게 돈 벌진 못해도 세계 유수의 장소에서 연주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한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죠. 그래서 더 책임감이 커요. 후배들이 노부스 콰르텟을 보고 비슷한 도전을 한다고 들을 때면 사명감이 생겨요."
앞으로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점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대 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이 쉬웠어요. 이제는 점점 대답이 힘들어지네요. 일단 연주자로서는 유럽에서 더 인정받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어요. 인간 김재영으로서는 소소한 만족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 사람 공연은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있다. 프로그램은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단조 '유작 소나타',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9, 블로흐의 발셈 모음곡,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내림 마단조 작품번호 18이다. 관람료는 3만∼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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