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뇌졸중 환자의 히어로' 단국대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입력 2019-05-11 11:01  

[U~스타트업] '뇌졸중 환자의 히어로' 단국대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재활훈련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CES 혁신상 2년연속 수상
첫 창업 실패 후 단국대 최용근 교수 권유로 네오펙트 창업길 열어

(성남=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최단기 1천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며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 내는 영화 '어벤저스'에서 가장 유명한 동작인 '핑거 스냅'.
두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는 간단한 동작이지만 이 작은 제스처로 인해 세상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파격적 설정 덕에 관객들 뇌리에 강렬히 박혔다.
지금은 패러디 영상 등을 통해 영화를 보지 않은 대중들 사이에도 유명해졌지만 이런 단순하고 작은 동작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로 신체의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다.
뇌졸중으로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떠나보낸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가 이런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숙명'이었다.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부자유에 좌절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치료에 신음하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마치 영화 같은 치료법을 선사하고 있다.
디지털 재활훈련기기 기업인 네오펙트의 주력 제품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다.
이름 그대로 장갑처럼 손에 착용한 뒤 모니터와 연결하면 손끝에 달린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그대로 화면 위에 구현해준다.
최근 유행하는 VR(가상현실) 게임의 원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첨단의료 시장의 본토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인정받은 엄연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이다.
구슬을 잡아 고리에 꿰는 딱딱하고 지루한 재활치료 대신 사용자는 화면에 구현된 손을 움직여 오렌지를 짜 보거나 탁구를 하고 비행기를 조종하며 손과 손가락, 손목의 감각을 살린다.
한바탕 게임을 즐기는 동안 손의 가동범위는 수치로 세세히 기록돼 이전 활동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재활치료는 뇌졸중 환자를 일상생활로 복귀시키기 위한 필수 관문이지만 더딘 회복 속도에 좌절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환자들이 좀 더 일상생활과 가까운 재활치료를 손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했습니다."
연결이 가능한 모니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쉽고 재밌는 재활치료 기술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는 2017년부터 2년 연속으로 이 제품에 혁신상을 수여했다.
해외 메이저 병원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 시장의 문도 두드리며 본격 궤도에 올랐다.
국립재활원에서 임상시험 연구를 통해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내 병원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라파엘 글러브를 착용해 '문재인 글러브'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타고난 창업가는 아니었다.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 '삼성맨'의 자리를 내려놓고 미국에서 IPTV 사업을 시작하며 야심 차게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지만, 초보 사업가에게 시장은 너무나 냉담했다.
쓰디쓴 실패를 맛본 반 대표가 창업의 길을 포기하려 했을 때 재기의 손을 내밀었던 건 그의 대학 선배이자 단국대학교 대학원 컴퓨터학과 교수인 최용근 현 네오펙트 CTO(최고기술경영자)였다.
"창업에 실패한 뒤 한창 경영 공부를 하던 중 금융회사로부터 펀드매니저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고심하고 있던 찰나에 최 교수가 저렴한 가격에 효율적으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집안 어른들이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던 모습을 옆에서 본 제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2014년 12월 용인 단국대 캠퍼스에 터를 꾸리고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산학협력을 통해 좋은 인재들을 빠르게 영입해 현업에 투입할 수 있고, 초기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는 캠퍼스 입주는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국가 연구·개발 과제와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제품 개발단계부터 학생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수용해 반영할 수 있었고, 사업화 전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대학 내 고급인력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물론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 기기인 '스마트 키즈', 어깨 손상 환자를 위한 '스마트 보드' 등 다양한 협업 제품들이 세상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캠퍼스 입주 초기인 2014년 2억7천여만원에 불과했던 네오펙트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를 거듭해 지난해 56억5천여만원으로 20배 이상 폭증했다.
20여 명이던 사원도 80여 명으로 대폭 늘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면서도 창업 이전에 충분한 분석과 경험을 쌓은 뒤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조언했다.
"섣불리 창업하지 말고 스타트업에 입사해 창업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분야에서 먼저 경험을 쌓고 확실한 자신만의 아이템과 기술을 가진 뒤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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