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대면…北미사일 정국에도 화기애애 분위기 눈길
대북식량지원 논의한 듯…개성공단 기업인 방북도 거론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정빛나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추가 발사 정국 속에서 첫 대면을 하고 남북·북미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김 장관이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양측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면담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45분가량 이뤄졌다. 김 장관이 지난달 취임한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 안정을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인도적 상황,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등에 대해서도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통일부는 이번 면담이 비건 대표의 김 장관 예방 성격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이 지난 4일 '전술유도무기' 등 발사에 이어 9일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추가 발사한 다음 날 이뤄져 관심이 쏠렸다.
면담에는 통일부 측에서 김남중 통일정책실장, 이승신 통일정책협력관, 하무진 국제협력과장이, 미국 측에서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엄중한 국면에서 이뤄지긴 했지만, 면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원만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비건은 면담을 마친 뒤 접견장을 나오며 김 장관에게 "다음에 워싱턴에 오게 되면 미리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인사했고, 김 장관은 비건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필립 젤리코 미 버지니아대 교수를 언급하며 "그가 당신이 진정한 협상가(real negotiator)라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사진 촬영 중에도 "오늘 만남이 중요한 것 같다"는 김 장관의 말에 비건 대표는 "정말 그렇다(Indeed)"라며 "통일부와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오늘 만남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는 면담 전후 '이런 시점에 대북 식량 지원이 적절하다고 보느냐', '북한의 최근 발사를 탄도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날 면담 자리에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관련 내용이 폭넓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발사 국면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 지원이 필요하며 여론 수렴을 거쳐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김 장관은 비건 대표에게 정부의 이런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모두 현재로선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단 대화 동력을 이어가려는 기류인 만큼, 미국에서도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강경화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대화 재개에 대한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사안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후 8차례에 걸쳐 방북을 신청했지만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으며, 지난달 30일 9번째로 다시 방북을 신청했다.
개성에 두고 나온 시설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자체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지만, 정부가 계속 방북승인을 유보한 것은 미국과 공감대 부족 등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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