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추모기간 버젓이 광주서 '폄훼 집회' 예고
39년 지난 현재까지 신군부 왜곡 주장 확대 재생산
[※ 편집자 주 = 5·18 민주화운동 39주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이 마흔, 불혹이 되면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5·18은 40년 가까이 생명력을 지켜오면서도 여전히 왜곡과 폄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5·18 정신을 흐리는 악의적 시도를 부추기는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진상규명과 가치 정립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기획물 3편을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1980년 5월 광주의 아픈 역사는 39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
항쟁의 중심지인 광주 금남로 한복판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집회가 열릴 정도로 5·18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위상은 훼손됐다.
12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수 표방 단체인 자유연대 등은 5·18 추모 기간인 오는 17∼18일 광주 일대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 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불가능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하며 비방과 욕설을 일삼는 집회를 해왔다.
특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가 5·18 유공자로 인정받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에 정치색을 입히고 있다.
이들은 보란 듯이 5·18 항쟁 역사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을 집회 장소로 골랐다.
5월 영령들이 잠들어있는 국립 5·18민주묘지 앞과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져간 금남로, 5월 항쟁의 발원지이자 5·18사적지 1호인 전남대학교 등이다.
광주시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집회 날짜·장소 변경 등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의연하게 대처해오던 5월 단체 일각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격분,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선 5·18을 왜곡하는 막말이 넘쳐나기도 했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5·18 공청회에 참석한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표현했고, 같은 당 이종명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수차례에 걸친 진상조사를 통해 확인·정립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5·18이 처한 역사적 위기를 방증하는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4시간 동안 이어진 공청회에선 5·18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등 왜곡과 폄훼를 넘어 5·18의 정신을 조롱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전국에서 해당 의원들을 제명하라는 거센 요구가 빗발쳤지만, 황교안 대표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황 대표는 5·18기념식 참석을 검토한다면서 "계란을 던지면 맞을 것"이라고 발언해 끓어오르는 광주 민심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신군부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던 5·18 광주가 또다시 보수층 결집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만원 씨를 필두로 한 5·18 역사 왜곡 세력의 주장은 신군부가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생산·유포했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오히려 간첩 침투설 등 전두환 정권이 제기했던 방식을 더욱 정교화해 5·18 기록사진 속에 나온 시민 수백 명을 북한군으로 지목하며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사안을 왜곡하고 있는데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은 여야의 정치공방에 가로막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 사이 지 씨가 불러온 신군부의 망령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 블로그와 SNS, 유튜브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5월 단체는 정부 조사 등으로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 등 진상규명을 마무리하는 것이 5·18 왜곡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원순석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대표는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하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더는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만큼 역사 왜곡 처벌법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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