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생각한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독재정권에 맞서 많은 양심수와 시국사범을 변호한 한승헌(85) 변호사가 그동안 교감을 나눈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분을 생각한다'(문학동네)는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저자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은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함석헌, 한국 앰네스티 초대 이사장 김재준 목사, 동백림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응노 화백과 천상병 시인 등을 비롯해 리영희 교수, 신동엽 시인, 이어령 교수, 김관석 목사,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까지 한국 현대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 27명과 만남을 소개한다.
한 변호사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내가 접한 인물 중에는 메마르고 야속한 이 세상과 이웃을 위해서 '사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번 책으로 그들의 삶을 널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그는 각 인물의 삶의 행보와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서 직접 경험한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로 여권 신장에 이바지한 이태영 변호사를 기리면서 "세상의 유명인사들 가운데는 말로는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조금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이 박사님께서 말씀만 옳게 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던져서 자신의 고난을 무릅썼다는 점을 우리는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세상에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 있는가 하면,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도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자칫 자신이 의인이라고 착각하는 죄인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준엄한 자기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김대중 정권 시절 감사원장, 노무현 정권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대통령들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해학이 달인 수준이었고 카리스마도 대단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1975년 서울구치소에서 처음 만났다고 소개했다.
당시 반공법 필화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한 변호사는 경희대 총학생회 간부로 반독재시위를 주도하다가 잡혀 와 옆방에 들어온 '신입'에 속옷 한 벌을 보냈다. 그 젊은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저자는 "그에게 나는 메리야스처럼 깨끗하고 신축성 있는 무엇인가를 또 선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이즈나 그릇에 구애됨이 없는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실증하는 큰 인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염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6월 민주항쟁, 노무현 변호사 구속 사건 변호인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대리인단 등 여러 조직에서 함께 일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청와대에서 대리인단 변호사들이 노 대통령과 만난 일화도 소개된다.
"문 변호사가, 끝으로 변호사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없느냐고 하니까, 노 대통령은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더니, '저 다시 대통령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래서 우리는 유쾌하게 헤어졌다. 노무현다운 꾸밈없고 담백한 그 날 그의 어법은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356쪽. 1만5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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