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와 전경 단역으로 만났던 마동석, 10년후 함께 주연 하니 감회 새로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배우 김무열(37)이 영화 '악인전'으로 첫 형사 역할에 도전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더 큰 악인인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폭력배 보스와 손을 잡는 형사 정태석을 연기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무열은 "정태석은 악인은 아니다. 자기만의 '선한 사람'이라는 정의 안에 있는 사람이고, 그 안에서 갈등하는 사람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태석은 껄렁껄렁하지만, 범죄자라면 치를 떨어요. 선과 악, 정의를 대할 때는 절대적인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조폭과 손을 잡게 되고 그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서 오는 고민도 있고 사건에 휘말리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일도 맞닥뜨리죠. 마지막에도 살인마 K를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를 고민하고요. 정태석은 강력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무열은 "정태석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들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는 그 부분을 삭제하고 다른 부분의 장점을 살렸죠. 저는 만족해요. 영화 속에서 태석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저는 사실 그게 좋거든요."
영화의 시나리오는 여러 번 수정을 거치고, 재밌는 장면은 현장에서 추가되기도 했다.
"처음엔 폭력 표현 수위도 높았고 각 인물의 이야기가 좀 더 있었죠. 객석에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은 거의 다 현장에서 만들어졌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는 "'악인전'에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설정을 비틀었잖아요. 악인들이 손을 잡고 악인을 잡으려고 하면서 또 그 과정에서 다툼이 있고 하는 그 설정이 재밌었어요. 악인이 절대 악을 응징할 때의 통쾌함이 있었어요."
김무열은 "처음엔 살인마 K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뒷이야기도 전했다.
정태석과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조폭 보스 장동수를 연기한 배우가 마동석이다 보니 액션 연기에도 공을 쏟았다. 그는 몸무게 15㎏을 증량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파이트 클럽'이나 '세븐'의 브래드 피트처럼 몸을 만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나중엔 지향점이 톰 하디로 옮겨갔어요. 동석이형(마동석)과 대등하게는 아니더라도 맞아서 한 방에 죽겠다는 인상은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정태석이 항상 직접 나서서 일을 해결하는 형사다 보니 외형적으로 강력해 보이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김무열은 "배우는 새로운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다"며 "살찌운 낯선 모습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마동석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10여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러블리'한 성격이 여전했다"고 웃었다.
"10여 년 전 한 영화에 단역으로 같이 출연했거든요. 형은 저를 내장까지 뜯어 죽이는 좀비 역할, 저는 죽는 전경 역할이었어요. 이번에 주연으로 만났더니 감회가 새로웠죠. 둘 다 열심히 해왔구나 싶어서요. 성격은 여전하더라고요.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하는 모습도요."
김무열은 형사 역할을 위해서 실제 형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실제 형사들이 범인을 쫓을 때 그 범인을 얼마나 생각하고 쫓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꿈을 꾸고 헛것이 보일 정도로 정말 그 생각밖에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형사분 표정, 목소리, 떨림 이런 게 인상 깊었어요. 범죄자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엄청 심각해지더라고요. 정태석으로서 이런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죠."
'악인전'은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무열은 "아내(윤승아)가 축하해줬다. 우리 집안의 경사다"라며 "사실 칸에 가는 것도 긴장되지만 한국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인전'은 다채로움 속에서 주는 통쾌함이 분명히 있는 영화입니다. 그 부분은 자신 있어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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