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주리대 연구진 보고서… 척수 손상 등 환자에 '희망'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체 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면 뇌 신경세포(뉴런)는 이에 적응한다. 걷기, 숨쉬기, 음식물 씹기 등 자주 하는 동작에 관여하는 뉴런은 특히 그런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뉴런은 치명적인 자체 손상을 입기 전까지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 뉴런이 이렇게 하라는 신호를 어디서 받는지는 의학계의 오랜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뉴런이 자체 전기 신호를 보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아닌지 판단한다는 걸 미국 미주리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전기 신호가 사라지면 뉴런의 기능 수행은 뒤죽박죽이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1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데이비드 슐츠 생물학 교수팀이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슐츠 교수는 "하나하나의 뉴런에 '정상적으로 잘 하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중앙 통제시스템이 우리 몸엔 없다. 그래서 뉴런은 트랙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자체 전기 신호에 의존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 신호가 사라지면 뉴런은 올바른 트랙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경련이나 발작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게(crab)를 실험 대상으로 정했다.
먼저 게의 신경계를 완전히 봉쇄해 평소의 접속과 활동, 화학적 환경 등으로부터 뉴런을 격리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 구동 절차를 이용해 평소와 같은 전기 신호를 뉴런에 보냈다. 말하자면 인위적 수단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 뉴런이 착각하게 속인 것이다.
슐츠 교수는 "정전이 되면 전력 공급이 복구될 때까지 발전기를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몇 가지 변화가 뉴런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척수 손상, 다발성 경화증, 간질 등을 치료하는 데 이런 '뉴런 속이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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