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무단번역 출판사, 정식 계약사에 배상 판결

입력 2019-05-12 08:01  

'도쿠가와 이에야스' 무단번역 출판사, 정식 계약사에 배상 판결
동서문화동판, '저작권법 위반' 유죄 판결 이어 민사 소송 패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단 번역해 출간한 혐의로 기소된 출판사 동서문화동판이 형사 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민사 소송에서도 정식 계약사에 배상하게 생겼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식 계약사인 솔출판사 대표가 동서문화동판과 그 대표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의 소송에서 솔 출판사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서문화동판이 무단으로 출간했다는 2005년 판과 2015년 판 양장본의 출판과 판매, 배포를 금지했다. 또 책 판매로 얻은 이익 등 1천700여만원을 솔출판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가 1950년부터 1967년까지 17년간 집필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1975년 4월부터 '전역판(全譯版) 대망(大望)'을 판매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센고쿠(戰國) 시대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소설로 일본의 몇몇 신문에 동시 연재돼 큰 인기를 끌었다. 단행본 판매로 1억 부를 넘긴 일본 최대 베스트셀러로 통한다.
문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발효에 따라 국내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다.
개정된 법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저작권이 소급되는 '회복저작물'로 보호를 받게 됐다. 즉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출판하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솔출판사는 법에 따라 1999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원출판사인 일본 '고단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소설을 번역해 2000년 1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펴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05년 동서문화사는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된 1975년 판 '대망'을 일부 수정해 다시 출간했다. 2015년엔 '대망' 양장본도 발행했다.
이에 솔출판사는 "동서문화사 측이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동서문화동판은 "2005년 판 '대망'은 1975년 판의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맞춤법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해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1월 형사 재판에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민사 재판부 역시 최근 "오·탈자의 수정이나 표기법 변경에 따른 수정을 넘어 1975년 판에는 없던 표현이 다수 2005년 판에 포함됐다"며 "동서문화동판이 원저작자 허락 없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동서문화동판은 1심의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민사 소송 결과에도 불복해 다시 다툴 것으로 보인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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