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계속되고 평화협상 난망…미국은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중동의 분쟁지역 예루살렘에 미국대사관이 자리 잡은 지도 14일(현지시간)이면 꼬박 1년을 맞는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인 작년 5월 14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을 발표한 후속 조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親) 이스라엘 정책으로,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인 다수가 믿는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고 유엔(UN) 등 국제사회는 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해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자국 수도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국제법과 팔레스타인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예루살렘 미국대사관이 개관한 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서 이스라엘군의 강경 진압으로 팔레스타인인 60여명이 피살됐다.
그러고 나서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미국의 갈등은 더욱 꼬인 양상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 과정에서 사상자 수는 계속 불어났다.
작년 3월 30일부터 가자지구의 분리장벽(보안장벽) 근처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에도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가자지구 분리장벽 근처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고 이스라엘군 발포로 24세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다쳤다.
작년 3월 말부터 가자지구에서 시위 도중 이스라엘군에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은 200명이 넘는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이스라엘군의 격렬한 교전도 종종 벌어졌다.
이달 3∼5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25명과 이스라엘인 4명이 사망했다.
전투기와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의 화력은 로켓포를 발사하는 팔레스타인을 압도했다.
포성은 계속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동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미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상실했다며 1년 5개월 넘게 미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또 유엔과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에 노력했지만,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단하는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강경책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평화안의 공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지난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다음 달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는 내용의 중동평화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리야드 알-말리키 외무장관은 지난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한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내놓으려는 중동평화안은 평화 계획이 아니라 우리를 항복하게 하려는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총선을 계기로 강경 보수파 정치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강경책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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