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수출을 놓고 양분된 가운데 벨기에 내에서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벨기에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앞서 벨기에 RTBF 방송과 일간지 '르스와르'(Le Soir) 등 언론들은 사우디에 판매한 벨기에 무기들이 예멘 정부군에 지원됐다면서 예멘 정부군이 이 무기로 후티 반군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무고한 양민들이 대거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벨기에 정치지도자들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디디에 레인더스 외교장관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수출된 무기가) 예멘처럼 현재 분쟁이 진행 중인 곳에서 사용됐다면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기에 연방헌법에 따라 무기수출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필요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왈로니아 지방정부의 윌리 보르시 총리도 RTBF 방송에 "법규를 어겼다면 무기수출 라이선스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내부에선 이미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에 사우디 정부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후 작년 10월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금지를 내린 뒤 지난 3월 말 이를 6개월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독일에서 사우디로 무기수출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독일제 부품이 사용되는 외국의 무기 역시 사우디로의 판매가 불허된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우디는 영국 무기수출의 48%를 차지하고 있고, 프랑스의 2대 무기수출국일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조치로 당장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가 주도하는 133억 달러(15조원) 규모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48대)의 사우디 판매 등에 차질이 생겼다. 타이푼에는 독일제 부품이 상당수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제 부품을 사용하는 프랑스 무기 생산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EU 외교장관들은 오는 13일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EU 소식통을 인용해 벨기에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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