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디어 번뜩여…'제2의 에어비앤비' 되지 말란 법 없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 윌셔대로에 위치한 코트라(KOTRA) LA무역관(관장 정외영) 1층 대회의실.
다섯 팀의 스타트업(Start-up·창업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피칭(pitching) 행사가 한창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처럼 '스타트업 선수들'은 투자가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던진다.
BAM 벤처의 공동창립자 리처드 준, 스텁스 앨더튼 & 마킬레스의 캐롤라인 체카스키 선임 카운슬, 백스테이지 캐피털의 그린 엔곤가 투자분석가 등 전문 투자가들이 이들의 아이디어를 면밀히 평가했다.
'유스퀘어'(USquare)라는 스타트업 컨설팅 플랫폼을 들고나온 J.정(36)씨는 신생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모바일 플랫폼에서 해결해주도록 로컬 네트워크를 접목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정 씨는 "누구나 사업하려면 변호사, 회계사, 개발자 등이 필요하다. 또 규제 장벽은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팁이 필요하다는 데서 착안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업 인증 사업을 구상하는 송시헌(34)씨는 버지니아주의 재생농업 전문가 조엘 셀라틴과 손잡고 '글라스 월'(Glass Wall)이라는 친환경·유기농 식품인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송 씨는 "미국에는 USDA 유기농 인증이 있지만 대형 식품회사들과 결탁하면서 변질됐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믿을 만한 인증이 없다"면서 "글라스 월은 말 그대로 투명 유리 벽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가 농축산 생산 현장을 눈으로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도시 속의 작은 박물관 비즈니스인 '팝업 뮤지엄' 사업, 특정한 사고(생각)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앱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이날 피칭에 나선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한국 국적 또는 미 영주권자다.
이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건 KOTRA LA무역관이다.
LA무역관 김한수 과장은 "지난달부터 코워킹(Co Working·함께 일하는) 오피스를 마련해 스타트업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13개 업체에 '창업 둥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고객 발견과 타깃 마켓 설정, 위기관리 모델 가동 등의 프로그램을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제공했다.
실리콘밸리를 본떠 실리콘비치로 불리는 LA 샌타모니카 해변의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 그룹) '엑스퍼트 도조'(Expert Dojo)를 찾아 실증 컨설팅도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1년 집권 1기 후반부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20억 달러의 연방자금을 매칭펀드에 쏟아붓고는 백악관이 직접 나서 '벤처 인큐베이터'임을 자처했다.
GE CEO 제프리 이멜트, AoL 공동창업자 스티브 케이스 등 스타 경영인을 불러 '드림팀'까지 구성했다.
스타트업 아메리카는 2010년대 중반 실리콘밸리 창업 붐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런 추동력에 힘입은 듯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Y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는 기록적인 500개 기업, 2천회 펀딩을 성사시켰다.
KOTRA LA무역관은 젊은 창업자들과 함께한 케이스 스터디로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를 연구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최근 미 뉴욕증시 데뷔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리얼을 싸게 사 와서 '오바마 박스', '매케인 박스'에 담아 팔면서 창업비용을 조달한 에어비앤비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신화로 남아있다. 에어비앤비는 구글, 페이스북과 더불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장 중 한 곳이 됐다.
KOTRA LA무역관은 "하반기에는 더 많은 스타트업을 초빙해 피칭 대회를 열고 창업 열기를 이어가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A에 둥지를 튼 K-스타트업 중에 제2의 에어비앤비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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