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처롭게도 사실과 달라…민주당 업무 거부가 헌법적 위기"
민주, 트럼프가 탄핵 유도하는 것 아닌지 경계…"딜레마 처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미국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탄핵 추진에는 신중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종료 이후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의 각종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증인 소환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민주당은 조사 불충분이나 낮은 통과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12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민주당 지도자들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보다 더 나쁜 '헌법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종을 울리지만 정작 탄핵을 향한 속도는 더 느려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하원 조사를 방해하며 생기는 충돌에 대해 '헌법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닉슨 전 대통령 때도 몇달 간 청문회와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하며 하원이 증거를 모을 때까지는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탄핵을 추진해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막아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민주당을 자극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펠로시 의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하라고 우리를 선동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이 이 나라를 매우 분열시킬 것을 알기 때문에 날마다 우리를 조롱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 여론이 높지 않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조사를 보면 의회의 탄핵 청문회 개최에 응답자의 48%는 반대했지만 찬성자는 17%에 불과했다. 32%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는 어떤 선택이든 부정적 결과만 낳는(lose-lose) 상황에 처했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탄핵을 추진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위법행위에서 벗어나고, 상원에서 퇴짜 당할 것이 뻔한 탄핵을 추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에 이를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다며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무려 6개의 글을 잇달아 올려 민주당이 꺼내든 '헌법적 위기' 주장을 '새롭지만 애처롭게도 사실과 다른 어구'이자 '슬픈 농담'이라며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특검 수사가 마녀사냥이자 반역적 사기였다고 비판하며 "이것이 헌법적 위기이다. 죄지은 사람들이 벌 받기를 바란다"고 공격했다.
또 특검 수사를 통해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뒤 "민주당은 특검보고서 결과가 공개된 뒤 미치광이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아무런 이유 없이 80개 이상의 서류와 증언을 요구하며 자신과 공화당에 손상을 입히려 한다고 반박한 뒤 "2020년 선거 때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시 승리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거의 아무 일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적 위기란 민주당이 일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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