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프라 투자, 스리랑카에 막대한 채무 안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하나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추진하는 인공섬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처음 제안돼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콜롬보 남쪽에 간척사업을 통해 인공섬을 조성해 이 일대를 남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665에이커 면적의 땅에 고급 아파트, 호텔, 쇼핑몰, 공원, 운하 등이 들어서는 이 인공섬은 8만여 명의 거주민을 수용하는 주거지로 개발되는 동시에 25만여 명이 출퇴근하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CCC)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채무함정에 대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에 고속도로, 공항, 항만, 철도 건설 등을 통해 8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는 스리랑카에 상당한 채무를 남겼다.
스리랑카는 중국에 55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스리랑카 전체 대외채무의 10%를 넘는다.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는 채무함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함반토타 항구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재원으로 건설됐지만,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2016년 항구 지분 80%를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스리랑카 내에서 국부유출과 주권 훼손 등 강한 반대 여론이 일자, 2017년 7월 양국은 합작법인을 설립하되 중국 측 지분 비율을 70%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양국 합작비율을 같게 하기로 재합의했다.
중국이 투자한 다른 프로젝트들도 그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3년 중국의 투자로 세워진 스리랑카 신공항은 현재 운항하는 상업용 여객기가 한 대도 없으며, 2011년 세워진 크리켓 경기장은 지금껏 고작 4회의 국제 경기를 유치했을 뿐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콜롬보 인공섬이 금융 허브로 조성되면 막대한 일자리와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과연 실현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인공섬이 해양 생태계 파괴를 통해 지역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금융 허브라는 미명 아래 돈세탁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콜롬보 인공섬 가운데 270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99년 동안 임차하기로 해 여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SCMP는 "중국은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스리랑카에 대한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인도양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스리랑카가 채무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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