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출시 몇주만에 10만달러→7만달러…"소니 눈치보기" 추측
"실제 10만달러에 산 소비자 없어…국내 가격도 7만달러 수준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지난달 미국에서 출시한 98인치 QLED 8K TV 신제품의 가격을 몇주 만에 3천500만원 이상 인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최고 사양'의 이 제품은 조만간 국내 시판을 앞두고 있어 국내 소비자 판매가격이 어떤 수준에서 정해질지도 주목된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에서 '2019년형 98인치 8K 초고화질 스마트TV(모델명 QN98Q900RBFXZA)'를 출시하면서 현지 판매가격을 10만달러(약 1억1천848만원)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별도의 외부 공지 없이 판매가격을 30% 내린 7만달러(약 8천296만원)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시 게재했다. 몇주 만에 가격을 무려 3만달러(약 3천552만원)나 낮춘 셈이다.
할인된 가격은 같은 기능을 갖춘 다음 크기 모델인 '82인치 QLED 8K 스마트TV'(1만5천달러)를 2대 살 수 있는 수준으로, 현지 업계에서는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할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2019년형 TV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힌 일본 소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니는 다음달(6월) 출시할 98인치 8K LCD TV 신제품(모델명 XBR-98Z9G)을 7만달러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85인치 모델도 삼성전자 동급 모델보다 2만달러 낮은 1만3천달러로 내놨다.
세부적인 기술과 기능에는 차이가 있지만 '98인치 초대형·8K 초고화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3만달러나 난다는 데 대해 삼성전자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추측이다.
문제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직후 10만달러에 산 소비자들이 있을 경우 이번 가격 인하에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가격을 10만달러(실제 홈페이지 게재 가격은 9만9천999.99달러)로 제시했으나 실제로 그 가격에 구입한 소비자는 없었다"면서 "모두 7만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에 이 제품을 국내에서도 본격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가격은 역시 할인된 7만달러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초에 판매가격을 10만달러로 책정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최신형 프리미엄 제품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바가지'를 씌우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전세계에서 마케팅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경쟁사를 의식해서 가격을 급격히 인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글로벌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도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소니에 이어 최근 샤프도 8K TV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다 가격인하 경쟁까지 본격화하면서 '8K 대중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은 8K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에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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