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운 강릉산불대책위원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마세요"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뼈대만 남은 건물, 숯덩이로 변한 나무, 소나무의 무덤으로 변한 숲.
최근 강원 동해안 일대를 초토화한 산불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진전을 여는 사람이 있다.
전승운 강릉산불피해보상대책위원장은 2017년 5월 6일 발생한 산불로 거주지가 전소하면서 이웃 주민 80여 명과 함께 한순간에 이재민이 됐다.
산불이 남긴 상처가 크다 보니 이재민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산불은 주민의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죽음의 숲으로 만들었다.
이재민들은 당시 피해 보상과 피해 복구를 관계기관에 요구했지만, 무관심 속에 지나가 버렸다.
당시 숯덩이가 된 나무는 상당수 아직도 그대로 방치돼 있고, 주택 주변의 불탄 고사목은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동해안에 큰 피해를 준 올해 속초·고성산불, 강릉 옥계·동해산불도 2년 전 강릉산불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나갈까 안타까워 사진전을 준비했다.
강릉시청 현관에서 지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산불기록 사진 전시회 및 강원산불방지 캠페인'에는 2년 전 강릉산불을 찍은 사진 20장과 최근 속초, 고성,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벌어진 아비규환의 현장을 담은 60장으로 구성됐다.
그는 2년 전 "산불 피해물은 보기 싫으니까 빨리 치우라"는 말을 관계기관으로부터 들었던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이재민을 만날 때마다 산불 피해물 보전 처리를 잘 하라고 당부하고 다녔다.
전시회에 등장한 사진 상당수는 그가 직접 찍었지만 일부는 소방서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7월 강릉역에 이어 강원대 등을 찾아 산불기록 사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2년 전 산불을 계기로 만들어진 대책위를 강원산불방지대책위로 명칭을 변경하고 도내 18개 시·군 순회 산불방지캠페인도 할 방침이다.
전 위원장은 "참혹한 산불이 끊이지 않는 건 산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거나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쳐다보기만 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시는 저와 같은 산불이재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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