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 의원들 비판 서한…"오벌 오피스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방문에 나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의 만남을 두고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의 로브 버신스키와 존스 홉킨스대 할 브랜즈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헝가리 총리는 오벌 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칼럼은 "이번 방문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깨뜨린 지도자를 옹호하는 것일 뿐 아니라 대서양 양안(미국-유럽)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어젠다를 확인하는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는 장기 집권하면서 정부 비판적인 언론들을 측근들이 인수하도록 돕고, 법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헝가리 정부가 민주주의, 법치 준수 의무를 위배했다며 폴란드와 함께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헝가리와 러시아의 밀접한 관계도 미국 내 여론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다.
헝가리는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에만 두 차례 헝가리를 찾아 오르반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올 2월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와 헝가리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를 민주주의의 길 위에 다시 올려놓고 인권을 존중할 때까지 만남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 공화 상원의원들은 또 다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에게 헝가리 민주주의의 쇠퇴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과 헝가리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헝가리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런 구원 탓인지 오르반 총리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설 때도 전 세계 정상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오르반 총리의 방문 기간 인권 문제 등이 언급될 가능성에 대해 미 정부 고위 관료는 AFP통신에 "양국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라며 "모든 이슈를 펼쳐놓고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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