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대행 발표…테러자금 지원 혐의도 조사받을 듯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을 30년 동안 통치하다 군부에 의해 쫓겨난 오마르 알-바시르(75)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을 전망이다.
수단 검찰은 13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자들을 살해한 혐의로 바시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알-왈리드 사예드 아흐메드 검찰총장 대행은 이날 "오마르 알-바시르와 다른 사람들이 시위대 살해를 부추기고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검찰총장 대행은 또 시위대 살해와 관련한 조사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시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군부에 의해 축출된 뒤 수도 하르툼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작년 12월 19일 하르툼을 비롯한 수단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뒤 바시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폭발했다.
현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빵값 시위 이후 올해 3월 중순까지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 군인들의 충돌 과정에서 최소 51명이 사망했다.
바시르는 테러자금 지원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을 공산이 크다.
아흐메드 검찰총장 대행은 이달 초 바시르를 상대로 자금세탁방지법과 테러자금지원법에 따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단 경찰과 군 당국은 바시르의 자택을 수색하던 중 미국 달러화 35만 달러(약 4억원) 등 거액이 든 가방을 발견했다.
직업군인 출신인 바시르는 1989년 이슬람 세력의 지원 아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인권을 탄압하며 철권통치를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9년과 2010년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한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바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르푸르 내전은 2003년 다르푸르 지역 자치권을 요구하는,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한 반군과 정부 간 무력 충돌에서 시작했고 이로 인해 사망자 30만명과 난민 200만명이 발생했다.
바시르가 축출된 직후 국제인권단체들은 바시르를 ICC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단 군부는 바시르의 신병을 ICC에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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