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보편화한 성리학의 탁월한 증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민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확실시되는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은 조선시대 서원 9곳으로 구성된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중종 38년(1543)에 '백운동서원'이라는 명칭으로 건립한 조선 첫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이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향촌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사설 학교다. 지역에 은거하는 사대부가 후학을 양성하고 선배 유학자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
서원의 주된 기능은 제사와 강학이다. 보통은 앞쪽에 공부하는 강당과 기숙사를 두고 뒤쪽에는 선현을 위한 사당을 짓는 전학후묘(前學後廟) 배치를 따른다. 아울러 서원은 지역 풍속을 순화하거나 도서를 보관하고,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원별로 배향하는 중심인물은 소수서원이 안향, 옥산서원이 이언적, 도산서원이 이황, 병산서원이 류성룡, 도동서원이 김굉필, 남계서원이 정여창, 무성서원이 최치원과 신잠, 필암서원이 김인후, 돈암서원이 김장생이다.
한국서원연합회에 따르면 명종(재위 1545∼1567) 대에 17곳에 불과했던 서원은 선조(재위 1567∼1608) 대에 100곳이 넘었으며, 18세기에는 700곳에 달했다.
그러나 흥선대원군이 고종 즉위 이후 서원 철폐 조치를 단행하면서 소수서원, 도산서원 등 47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훼철됐다.
세계유산 등재 대상인 서원 9곳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2009년 이전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은 12곳인데, 용인 심곡서원·상주 옥동서원·논산 노강서원은 한국의 서원이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도전한 2015년 이후 사적이 됐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조선시대에 보편화한 성리학의 탁월한 증거이자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했다는 점과 건축적으로 정형성을 갖췄다는 점을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로 내세웠다.
세계유산은 운영지침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평가하는 10가지 기준을 제시하는데, 이 가운데 6가지를 문화유산에 적용한다.
정부는 '한국의 서원' 신청서에서 세 번째인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과 네 번째인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일 것'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서원을 평가한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세 번째 기준만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도 세 번째 기준으로 지난해에 세계유산이 됐다.
즉 한국의 서원은 건축적 특징보다는 한 시대의 전통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을 인정받아 이코모스로부터 '등재 권고' 판정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코모스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과 유사하게 통합 보존 관리방안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연속유산으로서 진정성과 완전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유산 등재 이후 늘어날 관광객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코모스가 제안한 추가적 과제의 이행을 위해 지자체, 관계 기관과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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