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은 이미 양극화…서울고교팀 2명 동시 1차 지명 받기도
"지방의 초·중학교 유망주들이 서울로 전학하는 사례 많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겨울 프로야구는 신인지명 방식으로 전면드래프트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10개 구단이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연고 구단이 해당 지역에서 1차 지명으로 우수선수 1명을 먼저 선발한 뒤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시행하는 현행 1·2차 지명 방식이 논란이 된 것은 고교야구 유망주들이 대거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않고 외국인 선수에게도 큰돈을 쓰지 않는 키움 히어로즈가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서울 지역에서 매년 우수 자원을 영입한 덕분이다.
키움은 2014년 임병욱, 2015년 최원태, 2016년 주효상, 2017년 이정후, 2018년 안우진 등 서울에서 알토란같은 고교선수를 1차 지명으로 뽑아 팀 전력의 핵심으로 만들었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토종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는 이영하를 2016년 1차 지명을 통해 선발했다.
최근 LG 트윈스에서 정찬헌 대신 마무리의 중책을 맡은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 신인이다.
그런데 1차 지명뿐만 아니라 2차 지명에서도 선발되는 선수가 서울 지역 고교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80개 고교팀 중 서울팀은 19개로 전체의 23.8%다.
프로야구가 현행 1·2차 지명제도를 시행한 2014년 이후 올해까지 6년간 신인 2차 지명에서 10개 구단에 선발된 선수는 총 612명이다.
이 중 서울고교팀 출신이 209명으로 전체의 34.2%에 이른다.
서울에서 우수 재원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야구 인프라가 잘 구축된 데다 자체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초·중학교의 상당수 유망주가 일찌감치 서울로 전학하는 사례도 많아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19팀이 있는 서울은 팀 간 경기도 많고 경쟁도 치열해 (지방보다) 고교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늘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고교팀은 인지도가 높은 데다 잘하면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기도 쉬워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은 지방의 어린 유망주들이 서울로 전학 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우수자원이 풍부한 서울고교팀에서는 같은 해에 2명이 1차 지명을 받은 경우도 세 번이나 있었다.
2014년 신인지명에서 덕수고의 임병욱과 한주성이 각각 키움과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고, 2015년에는 서울고 최원태와 남경호가 역시 키움과 두산의 1차 지명 선수가 됐다.
또 2016년에는 선린인터넷고의 이영하와 김대현이 각각 1차 지명으로 선발돼 두산과 LG 유니폼을 입었다.
반면 일부 지방에서는 연고 지역에서 단 1명인 1차 지명 재목마저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쩔 수 없이 1차 지명으로 뽑았지만, 기량이 모자라 1, 2년 만에 조기 방출된 사례도 있다.
현행 1·2차 지명을 유지하는 방안과 전면드래프트로 재도입 방안은 지금도 10개 구단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연고 구단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의 균형 발전을 위해선 신인지명 방식을 KBO리그의 '전력 평준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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