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앞둔 학교, 유쾌하거나 씁쓸하거나

입력 2019-05-14 15:10  

스승의 날 앞둔 학교, 유쾌하거나 씁쓸하거나
어벤저스 캐릭터로 변장한 교사들이 등굣길 맞이 이벤트
경기도 내 37곳 아예 재량휴업…작년보다 늘어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학교들의 반응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와 제자 간 상하관계를 강조하기보다 함께 즐기며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학교가 있는 한편, 아예 스승의 날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14일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매향여고)에 따르면 매향여고는 스승의 날 당일 특별한 등굣길 맞이 이벤트를 준비했다.
작년에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스승의 날 아무 행사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날'이라는 취지로 교사들이 직접 나서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아이언맨 등 주요 캐릭터로 분장한 교사 3명이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학생들은 분장 교사가 누군지 맞추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매향여자정보고 정세종(36) 교사는 "요즘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는 것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회적 인식을 타파해보고자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평택 한국관광고도 교직원과 학생이 한명씩 커플이 되어 스승의 날 기념식 행사장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이색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관광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감사 의미를 표현하는 행사보다는 서로가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케이크 등 간소한 감사의 선물조차 줄 수 없는 '삭막한' 분위기를 음악으로 바꿔보자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하는 학교들도 있다.


수원 신풍초 교내 오케스트라 학생들은 등굣길에서 영화 맘마미아 메들리,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를 연주하며, 화성 청계중 오케스트라 학생들도 스승의 은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인형 중 '꽃의 왈츠' 등을 선보인다.
청계중 측은 "과거와 달리 스승의 날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측면이 있다"라며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의미와 삭막해진 이런 분위기를 '음악이 있는 아침 등굣길'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학생들이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일부 학교에선 스승의 날 당일을 교장 재량 휴업일로 정하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파악한 스승의 날 재량휴업 학교 현황을 보면, 도내 37개 학교(초 2곳·중 22곳·고 13곳)가 당일 쉰다.
대부분 스승의 날이 개교기념일이거나 학사일정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작년의 경우 25개 학교가 재량휴업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적지 않은 학교가 스승의 날 쉬는 데 '동참'한 것이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후 카네이션조차도 안된다고 하니까 일부 관리자들 사이에선 꽃 한 송이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마음에 휴업을 결정하기도 한다"라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의 감사 표시를 거절하는 일이 곤혹스러우니 차라리 하루 쉬자는 요청을 하는 등 슬픈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란법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우리 사회 문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 법령도 다른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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