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 미계약 원인은 "청약 부적격, 고분양가 탓"

입력 2019-05-15 07:01  

신규 분양 미계약 원인은 "청약 부적격, 고분양가 탓"
평촌 래미안푸르지오 계약자 분석…659가구중 부적격자 15%
고분양가·대출규제에 계약포기 늘어…예당 5배수 확대 효과 '글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수도권 분양 아파트 미계약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청약 부적격과 분양가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까다로운 청약제도와 높은 분양가가 내집마련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분양한 안양 평촌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일반분양분 659가구(특별공급분 포함) 가운데 14.6%(96가구)가 청약 부적격자로 판명됐다.
연초 위례신도시에서 분양된 위례포레자이와 북위례 힐스테이트도 부적격자 비율이 각각 14%, 10% 선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1∼2년간 청약제도 개편 이후 단지별로 꾸준히 10% 이상의 청약 부적격자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평촌 래미안푸르지오의 부적격자 중 가장 많은 25명(26%)은 세대원이 청약한 경우로 나타났다.
청약조정지역의 경우 세대주만 1순위 청약이 가능한데 본인이 세대주라고 착각을 하거나, 세대주 요건을 모르고 신청했다가 부적격 처리된 것이다.
이어 16명(16.7%)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소득 기준을 초과했다. 부부합산 소득을 잘못 계산했거나 출산·육아휴직 등으로 달라진 소득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또 부적격자의 12.5%는 소유 주택수 판단 오류를 범했고, 10.4%는 세대원이 중복 당첨된 사례로 조사됐다.
1년 당해지역 거주 요건 위반(8.3%), 가점 오류(7.3%), 재당첨 제한(6.3%)에 걸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까다롭고 복잡한 청약제도 때문에 부적격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적격자가 아닌 당첨자의 일부도 계약을 포기했다.
건설사가 정당 당첨자와 예비 당첨자(모집가구수의 40%)를 대상으로 계약을 마친 결과 29.4%인 194명이 계약을 하지 않았다.
계약 포기자중 가장 많은 30.4%(59명)는 분양가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책정되자 시세차익이 어렵다고 보고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평촌 래미안푸르지오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2천50만원으로 주변 시세 수준에 분양됐다.
이어 '동호수 불만'이 28.4%(55명)로 두번째로 많았다. 분양가가 높은 상황에서 비(非) 로열층 당첨자를 중심으로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최근 현금 부자와 다주택자들이 미계약분을 독식한다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 현상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대출 규제는 21.6%(42명)가 계약 포기의 원인으로 들었다.
분양가격 9억원 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최근 9억원이 넘는 경우도 건설사의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는 곳이 늘고 있지만 대출 건수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걸려 중도금 대출을 전액 받기가 어려운 계약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평촌 래미안푸르지오는 최종 미계약분 234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과 선착순 분양을 거쳐 최근 100% 분양을 마쳤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청약자격이 강화되고 대출이 깐깐해진 데다 주택경기도 한풀 꺾이면서 인기지역에서도 미계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1순위 요건이 안되거나 청약통장이 없는 사람, 청약은 했으나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들이 최종 미분양을 구입해 완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처럼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도 미계약분이 증가하자 이달 20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에 대해서는 예비당첨자수를 현행 80%에서 500%로 늘리기로 했다.
무순위 청약을 통한 '줍줍' 현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를 넓혀 다주택자 등에게 미분양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위례와 같은 공공택지를 제외하고는 5배수의 예비당첨자를 뽑을 만한 단지가 많지 않은 데다 청약 부적격자, 고분양가, 대출 규제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양 마케팅회사인 미드미디앤씨는 청약 부적격자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청약가점과 부적격 여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청약365' 앱을 자체 개발해 23일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분양가 인하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신규 분양가가 내려가지 않는 한 무주택자들 입장에선 신규 분양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사나 조합 스스로 분양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방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어렵다"며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한 해 대출 요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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