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 배후 자처…미-이란 대립 속 중동 긴장 고조
(서울·카이로=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노재현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소유의 석유 펌프장 두 곳이 복수의 미확인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사우디 매체 알아라비야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동서를 잇는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석유 펌프장 두 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진화됐으며 한 펌프장이 경미한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다고 전했다.
공격받은 펌프장들은 사우디의 알-두와디미와 아피프 지역에 각각 위치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가 서부 홍해 도시 얀부까지 수송된다.
알팔리 장관은 이번 공격을 가리켜 세계 석유 공급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의 원유 생산과 원유 및 정제 제품의 수출은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람코는 피해 정도 파악과 수리하는 동안 취유 작업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예멘의 후티 반군은 석유 펌프장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델살람은 이날 트위터에 "사우디의 필수 시설을 목표로 한 것은 침략자들이 예멘인들에 대한 대량학살과 포위작전을 계속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은 작년 7월에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 외곽에 있는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해 시설 일부에서 불이 난 바 있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원유의 주요 공급처인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 인근에서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 공격을 받았으며 피습 선박에는 사우디 정부의 유조선 2척이 포함돼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초기 평가에서 이란이나 이란의 대리군이 선박들에 구멍을 내기 위해 폭발물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란 정부는 자국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란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미국이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들을 배치했다.
지난달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이란이 중동 주둔 미군을 똑같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며 맞불을 놨다.
또 이란이 지난 8일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미국은 이란의 철강 등 광물 분야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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