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입은 총상으로 학업을 중단한 50대가 38년 만에 받은 고교 명예 졸업장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달랬다.
광주 서석고는 15일 교내 체육관에서 열린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전형문(58)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줬다.
1980년 5·18 당시 서석고 3학년이었던 전 씨는 그해 5월 21일 전남도청 앞 금남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집단 발포 때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계엄군의 총알은 지금도 전 씨의 허리뼈에 박혀 있다.
전 씨의 사연은 최근 5·18 기념재단 공모 사업으로 발간된 서석고 학생들의 체험기 '5·18 우리들의 이야기'에 수록되면서 알려졌다.
학교 측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3학년 2학기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전 씨를 위로하려고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정상적으로 졸업했다면 1981년 2월 5회 졸업생이 됐을 테니 38년을 지각해 졸업장을 받게 된 셈이다.
전 씨는 자신이 계엄군에 맞섰을 때와 같은 나이 후배들과 동문의 박수를 받으며 한 맺힌 졸업장을 움켜쥐었다.
누구나 예상했듯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심경도 드러냈다.
다만 그 깊이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헤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기쁘면서도 착잡하다. 스무살에 졸업해야 할 학교를 60이 다 돼 졸업하는 마음이 그렇다"며 "제대로 졸업장을 받았으면 대학도 가고 했을 텐데 그때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교실에서 수업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수술할 때 의사가 워낙 급해서 그랬는지 총탄을 찾지 못해 지금도 몸에 남아있다"며 "도청에 갔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 운명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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