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 축제)를 앞두고 불법 이민자들의 대이동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말레이시아 국경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반도 일대에선 불법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 대거 출국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라마단 종료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재회하려는 노동자들이 쾌속선을 이용해 믈라카해협을 건너기 시작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해경(MMEA) 당국자는 "이들은 주로 조호르주(州)와 믈라카주(州), 슬랑오르주(州) 일대 해안에서 야간에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 바탐섬이나 카리문섬으로 건너간다"면서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뱃삯은 1천∼3천 링깃(약 28만∼85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밀입국 브로커를 통할 경우 비용은 3천∼5천 링깃(약 85만∼142만원)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불법체류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버는 돈이 적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식으로 출국하거나 추방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입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도 몰래 국경을 넘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해경은 말레이반도 일대 주요 항구 등을 중심으로 특별 단속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페낭 국제공항에선 인도네시아 국적의 30대 남성이 화물기 랜딩기어 수납공간에 숨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남성 역시 가족들을 만나려는 마음이 지나쳐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 국가 중에선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인 말레이시아에 머무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300만 명으로 전체 인구(3천200만 명)의 10%에 육박한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불법 이민자로 추산되며, 대부분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밀입국한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노동시장을 교란하고 범죄율 증가와 전염성 질환 확산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라마단 귀향에 대한 단속이 올해 유독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이 매년 한 차례씩 바탐섬 등을 경유해 고향에 다녀오는 일이 오래전부터 반복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저임금 노동자를 원하는 말레이시아 기업주의 비호 등에 힘입어 어느 정도 묵인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15∼25세 청년의 2017년 실업률은 10.8%로 전체 실업률(3.3%)의 3.3배 수준이었다. 이런 높은 실업률은 전 정권의 부정부패와 민생악화 등과 함께 작년 5월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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