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클럽 버닝썬 사건의 핵심인물인 빅뱅 전 멤버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한 사건인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현안을 앞둔 경찰은 전문성과 신뢰성 양면에서 한없이 초라해지게 됐다.
버닝썬 사건은 강남의 유명 클럽, 그것도 한류 스타급 연예인이 경영에 개입한다는 곳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져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강하게 일었고 유명 연예인의 음주운전 보도를 막는 데 경찰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직제에도 없는 '경찰총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클럽에서의 마약 복용이나 거래,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진술이 나오는가 하면 수사과정에서 연예인이나 재벌가 자제들의 카톡 내용 등이 드러나면서 또 다른 성폭력, 성매매, 마약 범죄까지 얽힌 '게이트급' 사건으로 커졌다. 연예인들의 인성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아이돌 기획사의 교육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할 만큼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컸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진실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면서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하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찰도 총력전을 벌이면서 국민적 기대감을 불러왔다. 정예 수사 인력 13개 팀 126명의 '역대급' 합동수사체제를 구축했고, 이것도 모자라 경찰 유착 관련 수사 인력을 4개 팀 42명에서 6개 팀 56명으로 보강했다. 주변수사와 증거취합 등을 먼저 하고 핵심인물에 대한 소환조사는 막판에 한두 차례만 하던 형태와 달리 이번에는 승리에 대한 직접조사만 18차례나 했다.
하지만 떠들썩했던 수사 결과치고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결과가 나와 자금 횡령 등 이번 사건 본류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흡했음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영장 기각이 승리가 이 사건에서 무죄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역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검찰과 부당함을 주장하는 변호인이 논거를 펴고, 판사가 양측의 주장을 들어 판결하는 작은 형태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주도한 이번 수사는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경찰과 업소·연예인과의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실망감은 더 크다. 경찰은 14일까지 다른 클럽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경찰관 한명만 구속했다. 유착 핵심인물로 지목된 예의 '경찰총장' 윤 모 총경에 대해서는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이런 결론으로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떨쳐내긴 어렵다고 본다.
수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경찰이 과연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가져올 만큼 전문성이 있는가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유착에 대한 수사도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 따라서 경찰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검찰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승리가 죄가 없다면 사법부에서 무죄판결을 내리면 된다. 국민도 죄 없는 이를 처벌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범죄혐의, 경찰과 공무원들의 유착행위 등에 대한 의심이 큰데도 경찰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찰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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