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인끼리 아니라 증권회사 통한 거래"…검찰 "일반거래로 위장"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50억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 일가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LG 총수 일가 측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사건의 1회 공판에서 "처벌을 위한 과세 요건과 범칙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구본능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으나, 나머지 LG 일가 전원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LG 일가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주식거래는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아니니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장내 거래의 취지를 훼손한 바가 없다"며 "범칙 요건에 필요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등도 발견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조세포탈을 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LG그룹 재무관리팀 임원 김모씨와 하모씨에 대해서도 "조세포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김씨와 하씨 등이 총수 일가 구성원의 주식을 매매하면서 총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검찰은 이들이 사주일가의 주식을 다른 사주일가 구성원에게 매매하면서 휴대전화로 주문하거나 허위 주문표를 작성, 매매를 숨긴 채 불특정 다수의 제삼자에게 매도한 것처럼 가장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특히 LG재무관리팀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서 금지되는 통정매매(주식을 특정한 시기·가격에 거래할 것을 미리 합의한 뒤 매매하는 것)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도 이를 일반 장내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시가보다 부당하게 낮은 가액을 신고했다고 강조했다.
LG 일가의 지분 매각의 경우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할 때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되는데, 이를 일반 거래인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접 주식거래를 실행한 김씨와 하씨에 대해서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했다.
구본능 회장 등 총수 일가 14명은 탈세 목적의 거래를 사전에 알거나 주식매각 업무에 관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유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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