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크라이스트처치 콜' 회의서 알고리즘·AI 개발 박차 가하기로
구글·페이스북·MS·트위터 등 공동선언…"즉각적·효과적 조처에 나설 것"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상의 증오표현과 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를 강력히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등 인터넷 기업들은 1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크라이스트처치 콜' 회의에서 테러나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 증오표현을 규제하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즉각적인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온라인에 극단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의 등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투명하고 구체적인 조처에 협조할 것이라면서 "그런 콘텐츠의 확산은 피해자들의 인권과 안보를 해치고 전 세계인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극단주의적 폭력 사상이나 증오표현의 배포·확산을 차단할 알고리즘과 규제를 마련해 나가고, 공동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이런 콘텐츠가 발견될 경우 즉각 차단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테러나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가 확산할 위험을 차단하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처들"을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은 회의에 하루 앞서 14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유해 콘텐츠를 올리면 그 즉시 일정 기간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정책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성명은 마크롱 대통령과 아던 총리가 엘리제궁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인터넷 기업인들을 모아 인터넷상의 증오표현과 폭력 선동 콘텐츠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결과 나온 것이다.
회의에는 트위터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의 닉 클렉 글로벌 부문 부사장, 구글의 켄트 워커 최고법률책임자(CLO) 등이 참석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국 정상급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회의 이름은 '크라이스트처치 콜'(Christchurch Call·크라이스트처치의 요구)이었다.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이슬람회당)에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로 51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자, 이번 기회에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SNS)상의 증오표현 규제 방안을 국제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당시 범인은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신의 범행을 17분간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때 페이스북은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으나 뉴질랜드 테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총격 영상이 장시간 전파돼 비판에 직면했다.
아던 총리는 이후 평소 온라인의 증오콘텐츠 규제 문제의식을 가져온 마크롱 대통령과 협력, 파리에서 관련 회의를 주최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달리 정부는 이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미국은 현재 이 선언에 참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선언에 담긴 전체적인 목표를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며, 인터넷상의 테러 관련 콘텐츠에 대항하는 각국 정부와 업계, 시민사회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