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이란 압박수위 가속페달 속 "볼턴은 '전쟁을 속삭이는자'"

입력 2019-05-16 07:24  

美 對이란 압박수위 가속페달 속 "볼턴은 '전쟁을 속삭이는자'"
CNN보도…이란·북한·베네수엘라 등에 강경정책 주도 '볼턴 역할론' 회자
처칠은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 했는데 "볼턴은 '전쟁이 협상보다 낫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12만 병력 중동 파견' 등 군사작전 검토설 이 불거지는 등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슈퍼 매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역할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은 대이란 강경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야권 진영의 '군사봉기'를 적극 지지하는가 하면 과거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주장하는 등 대외정책 분야의 강공 드라이브가 거론될 때마다 볼턴 보좌관은 어김없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그에게는 '전쟁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미·이란 간 '벼랑 끝 대치'가 격화하고, 베네수엘라, 북한 등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의 '호전적' 노선이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의 방향에 몰고올 파장의 크기에 대해 워싱턴 안팎에서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존 볼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War whisperer)' 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존 볼턴은 외견상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전쟁을 만나본 일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라크 전쟁의 대표적인 지지자인 그는 "사담 후세인을 무너뜨린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며 그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도 갖지 않았다고 CNN은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역대 최악의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CNN은 "군사력 사용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열망은 중동 지역 내에서 전쟁 종식을 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트럼프와 볼턴은 베네수엘라나 북한 정책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다를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한 나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란"이라고 전했다.
이란 정권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반감은 뿌리가 깊다. 그는 2015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는 이란에 대한 폭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이 이뤄진 지난해 5월 8일도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에 들어온 지 한달여 지난 시점이다. 볼턴 보좌관과 달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임자인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그리고 볼턴 보좌관의 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등은 모두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반대 입장을 보였었다.
CNN은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이란과 전쟁에 근접해 있으며, 그 출발은 이란 핵 합의 탈퇴였다고 분석했다. 그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를 부과하며 최대 압박 전략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왔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3월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 글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지지해왔으나, 북미 간 '톱다운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등 강경 대치 국면일 때면 전면에 등장하곤 했다.
이와 관련, 미 시사지 뉴요커는 지난달 29일 볼턴 보좌관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 실행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정부가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주도로 지난달 말 있었던 베네수엘라 야권의 군사봉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대(對)베네수엘라 강경책을 주도한 볼턴 보좌관에게 화가 난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9일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의 조언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현안들에 대한 강경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괜찮다. 사실은 내가 존을 누그러뜨리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최종적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CNN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어록인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To jaw-jaw is better than to war-war)에 빗대어 볼턴 보좌관의 매파 노선을 꼬집었다.
CNN은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전쟁에서 그의 나라를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협상이 항상 전쟁보다 낫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 로스쿨 입학과 주 방위군 합류로 베트남전 참전을 피했던 볼턴은 '전쟁이 협상보다 낫다'는 걸로 처칠의 격언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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