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화기획사 왕기령 대표 "자신의 시선으로 사는 것도 괜찮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타인의 시선 속에 머물러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청년 문화기획사인 '청춘, 그리다'의 왕기령(27) 대표가 2017년 1월 스타트업을 시작한 계기다.
전북대 경영학과 4학년인 왕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또래들이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공무원 시험·토익 공부 등 기성세대에 편입하려는 게 안타까워 `1인 청년 기업'을 만들었다.
기업 이름도 '청춘, 그리다'.
푸를 청, 봄 춘의 '청춘'. 대중과 함께 청춘을 그리는데 함께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기업은 '청춘, 그 시절 모든 것을 콘텐츠로 공유하다'를 모토로 따뜻한 울림이 되는 콘서트, 페스티벌, 강연, 박람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 그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청춘의 길은 매끈하지 못하고 불안하다. 연애와 결혼, 출산 외에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지 몰라 붙은 이름, 'N포 세대'.
이런 막막한 청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연은 '세상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는 안도감을 줬다."
왕 대표가 기획한 토크 콘서트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에 참여한 관객들의 일관된 호평이다.
왕 대표는 협소한 공간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공연과 강연이라는 플랫폼으로 수집한 스토리를 발산한다.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던 청춘 콘서트와 달리 중소도시에서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먼저 '전선'에서 일한 기획사 민트페이퍼 이동형 팀장이 멘토로서 큰 도움을 줬다.
멘토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은 왕 대표는 공연팀을 직접 찾아가거나 지인과 통하는 등 섭외에 발품을 팔았다.
이런 노력 끝에 공연 불모지로 불리는 전북 전주에 요즘 '핫'한 멜로망스와 소란, 데이브레이크, 스탠딩에그, 프롬, 폴킴, 홍대광, 마인드유, 어쿠스틱 콜라보 등이 다녀갔다.
공연에서는 사회자와 가수가 조언이나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청춘을 이해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공연 중간중간에 가수와 관객은 고민을 나눈다. 관객은 연애, 취업, 결혼, 미래 등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지만, 그 답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
공연을 통해 그렇게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이다.
매회 550∼600명의 관중이 찾았다. 누적관객은 1만2천여명에 이른다. 20여 차례에 걸친 공연은 매진됐다.
청춘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자 티켓값을 대폭 낮췄다. 적자가 생기기도 했지만 왕 대표는 개인 강연이나 아르바이트로 마이너스 통장을 메꿨다.
사업 2년 만인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북대 사대부고 근처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청춘, 그리다' 사무실.
사무실이 7칸이나 되지만 왕 대표의 공간은 따로 없다. 업무는 한쪽 편에서 본다. 다른 청년 기업가들에게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또래 기업가들에게 소정의 사용료만 받고 사무실을 내줬다.
"더우니 물을 좀 나눠줬을 뿐이에요."
공연을 기획하다 보면 협업이 필수다. 협업팀은 모두 청년 사업가로 꾸려졌다.
서로의 활동을 응원하고 힘을 부여하는 하나의 실천인 셈이다.
왕 대표는 직원을 채용할 여건은 되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채용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올해 연말 같은 꿈을 꾸는 청년 2명과 손을 잡을 계획이다.
그는 "청년들이 공연을 보고서 위로받았을 때 가장 기쁘다"며 "공연마다 피드백해 이 시대 청년들이 공감할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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