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산다는 것·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기념의 미래 = 최호근 지음.
전국 곳곳에 각종 기념시설이 세워졌다. 하지만 기억에 대한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부실한 기념의 반복에 있다고 저자는 본다.
이 책의 의도는 부제 '기억의 정치 끝에서 기념문화를 이야기하다'에 실려 있다. 저자는 기억의 정치가 이제까지 우리 사회 변화의 견인차였으나 기억의 정치만으로는 앞으로 세상을 바꿔 갈 기억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현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문화의 역할이다. 기억 투쟁을 통해 마련된 기념 공간과 절차에 호흡을 불어넣어 생동하는 기억을 산출하는 게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 기념문화를 진단한 뒤 제주 4·3평화공원, 국립5·18민주묘지, 국립 서울현충원 등 12개 기억 장소를 다룬다. 이어 독일, 폴란드, 헝가리, 이스라엘, 미국에 있는 15개 기억의 처소를 다루고, 한국에서 시작한 세계가 향유하는 한국발 기념문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464쪽. 2만1천원.
▲ 존엄하게 산다는 것 = 게랄트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타인과 공동체의 수많은 요구 속에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평생에 걸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학습하고 구조화되는 '사회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적 지성이자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 내면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존엄'이라는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존엄이란 개인과 사회가 의미를 지켜나가는 오랜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뇌의 사고 패턴이자 삶의 태도를 이른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을 말살하는 끔찍한 유대인 수용소에서조차 인간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한다"면서 "사는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존엄함 속에 살아가는 사람, 방향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고 권유한다.
인플루엔셜 펴냄. 232쪽. 1만4천800원.
▲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조영태 외 지음.
합계출산율 0.98. 지난해 우리나라 수치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낮아 0.76에 불과했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청년 세대는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가. 위기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상황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
이 책은 국가의 출산보건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 본성에서 사회 시스템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조망한 저출산 대처 융합 프로젝트다. 인구학자 조영태·진화학자 장대익·동물학자 장구·역사학자 주경철 서울대 교수와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 임상심리학자 허지원 중앙대 교수,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저출산 미로를 탈출하는 7가지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들은 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에 던져진 위기 신호라면서 기존 의식과 제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김영사 펴냄. 232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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