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 투수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투수들이 코치에게 배우는 것보다 동료 선수에게서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훨씬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또 그래서 변화의 폭도 더 크다고 이 코치는 설명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발진의 두 축인 김민우(24)와 장민재(29)의 관계가 그랬다.
김민우는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초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1실점 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그런 김민우를 장민재가 붙들고 한참이나 진지하게 조언하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고개를 끄덕인 김민우는 2회부터 달라졌다.
5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의 7-3 승리를 이끌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첫 승을 거두기 전까지 올 시즌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점 8.59에 그쳤던 김민우는 첫 승리 소감에 장민재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15일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장민재는 "(김)민우가 첫 승리를 따낸 뒤 서로 껴안고 축하해줬다"며 "'내 새끼'가 잘한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장민재는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4.22로 한화 토종 선발진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고 승수가 6승에 불과했던 장민재는 포크볼의 영점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올 시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같은 아파트로 이사할 정도로 장민재를 따르는 김민우에게는 선배의 그런 모습이 알게 모르게 깊은 영향을 준 듯했다.
세컨드 피치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즐겨 쓰는 김민우는 14일 경기에서 전체 투구 수 90개 중에서 포크볼을 38개 구사했다.
장민재는 "민우가 스스로 포크볼로 바꿔본 것 같다"며 "내가 한 것은 '포크볼을 조금만 앞에서 눌러서 낮게 던지라'는 조언 정도였다. 민우가 고맙다고 말해서 쑥스러웠다"고 했다.
장민재가 또 한 가지 강조한 것은 바로 마운드 위에서의 자세다.
그는 "바깥에서는 착하고 순해도 마운드에서는 독기를 품었으면 했다"며 "타자들을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도 보여야 한다. 구위를 떠나 마운드에서 강해 보여야 타자들도 위축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끼는 후배와 한정된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입장일 수 있지만, 장민재는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그는 "나도 어렸을 때 송진우 코치님이나 구대성 선배 등의 말 한마디가 엄청 컸다. 나도 보고 배웠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말을 해주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장민재는 "나뿐만 아니라 민우나 (김)범수, 이런 선수들이 더 잘해야지 한화의 황금기가 올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더 베테랑이 된 뒤에는 한화가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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