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음주운전 사고로 동승자인 고교 후배에게 중상을 입힌 후 그대로 달아나 후배를 숨지게 한 20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조 모(26) 씨에게 16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의 빛이 전혀 없다"며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아 유족 및 기타 지인들 상당수가 피고인을 엄벌해달라고 탄원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9월 24일 만취 상태로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으로 운전하던 중 불법 유턴을 해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당시 조 씨와 함께 타고 있던 후배 이 모 씨는 밖으로 튕겨 나가 중상을 입었지만, 조 씨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시간 후 결국 숨졌다.
조 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내가 아니라 후배가 운전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조 씨가 사고 직후 이 씨를 쳐다보다 도주하는 모습 등이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되고, 운전석에서 DNA가 검출돼 덜미가 잡혔다.
조 씨는 법정에서도 "사고 당시 충격으로 뇌진탕을 입어 구호 조치를 못 했다"라거나 "일시적인 기억 상실로 초반에 내가 운전한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고, 도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홍 판사는 조 씨의 이러한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봤다.
홍 판사는 "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은 사고 후 피해자 쪽을 5분 정도 들여다본 후 반대편 인도를 향해 걸어간다"며 "피해자 후송 등에서 피고인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고, 연락처 등도 경찰에 제공하지 않았으며 사고와 무관한 자로 행세했다"고 밝혔다.
또 "초기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차 열쇠를 들고 가 운전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는데 영상 및 운전석 DNA 등이 확인된 후에야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며 "끝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DNA 증거가 없었다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이 초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운전자가 아니라고 진술하는 등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도주의 범의를 갖고 사고 현장을 이탈해 사고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점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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