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협상 오락가락한 건 중국 아닌 미국"…'중국 책임론' 반박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 이후 미국에서 제기한 중국 책임론을 맞받아치면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6일 논평에서 미국이 중국에 합의안을 어겼다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완전히 흑백을 뒤바꾸는 일이라고 발끈하면서 "강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신문은 "미국을 따르지 않으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된다"면서 "미국의 강도 같은 논리"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런 비난은 북한의 거친 대미 비난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다.
인민일보는 "협상은 의견을 교환하면서 공통 인식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쌍방의 관점이 다른 것은 정상적이며 몇몇 문제를 반복 토론하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갈등과 이견을 놓고 '이랬다저랬다' 했다고 딱지를 붙이면 협상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5% 합의된 상황에서 중국이 협상을 뒤집었다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인민일보는 중국은 정식으로 합의문에 서명하지도 않았으므로 "약속"을 어겼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중 무역 합의가 결렬된 것은 중국이 합의안 초안의 30%가량을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애초 150쪽에 달했던 초안은 105쪽으로 축소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중국이 초안에서 핵심 내용을 대부분 수정한 문건을 미국에 보낸 것이 결렬의 원인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민일보는 실제로 협상에서 오락가락한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중대 원칙 문제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으며 핵심 관심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파리협정과 이란 핵 합의, 유네스코 등에서 탈퇴한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없으면 테이블을 엎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은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무역 보호주의의 몽둥이를 휘두르고 관세 수단을 남용하며 국제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며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준다"면서 이런 수작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편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자국 학자의 베이징 강연을 막았다면서, 양국의 민간 교류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연구원(FSI)의 아시아 책임자인 아피차이 쉬퍼가 지난 14일 인민대학 충양금융연구소에서 경제 문제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었으나 행사가 당일에 취소됐다. 주중 미국 대사관이 쉬퍼의 강연을 막은 것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미국 대사관은 쉬퍼의 직함이 '국무부 고위 관리'로 잘못 표기됐기 때문에 강연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왕이웨이 인민대학 교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강연을 취소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자료의 직함을 수정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위에 판구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학자들이 줄었다면서, 양국이 긴장 관계일수록 인적 소통과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학생과 연구자의 비자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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