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의 마지막 인사 "최고의 모습 기억해주세요"

입력 2019-05-16 14:57   수정 2019-05-16 16:20

빙속여제 이상화의 마지막 인사 "최고의 모습 기억해주세요"
"최근까지도 은퇴 고심…무릎이 문제"
"코치나 해설위원으로 베이징올림픽 참가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상화는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상화는 "평창동계올림픽 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팬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풀영상] '빙속여제' 이상화 "최고의 모습 기억해주세요"…눈물의 은퇴식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상화는 세계 최고의 여자 단거리 스프린터였다.
그는 휘경여중 재학 시절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2013년에 세운 36초36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다음은 이상화와 일문일답.
-- 최종적으로 은퇴 결심을 한 시기는 언제인가.
▲ 사실 3월 말에 은퇴식을 잡았다가 취소했다. 막상 은퇴식을 하려니까 (선수 생활이 끝난다는 실감이) 온몸에 와닿더라.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았다. '조금 더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재활 운동을 했다. 그러나 예전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위치에서 마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향후 목표는.
▲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내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내려놓고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소치 올림픽 때가 기억에 남는다. 스피드스케이팅계에선 세계신기록을 세운 선수는 그다음 올림픽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난 이겨냈다.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과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세 차례 올림픽에서 딴 3개 메달에 각각 의미를 부여한다면.
▲ 밴쿠버 올림픽 메달은 내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3위 안에 들자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땄다. 소치 메달은 징크스를 이겨낸 메달이다. 평창 때는 쉽지 않았다. 부상이 심했다. 한국에서 개최해 더 긴장됐다.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메달을 땄다.
-- (라이벌인) 고다이라 나오와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 지난주 금요일 은퇴기사가 나간 뒤 나오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농담 아니냐고 깜짝 놀라더라. 잘못된 기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땐 얼버무렸다. 나오에겐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알리게 됐다. 나오와는 인연이 깊다. 중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았다. 나오는 아직 현역 선수인데,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나오가 있는 일본 나가노로 놀러 가 만날 계획이다.
-- 부모님께 어떻게 은퇴 사실을 말씀드렸나.
▲ 부모님은 계속 운동하는 걸 원하셨다. 최근까지 은퇴식을 연다는 것도 말씀드리지 않았다. 나만큼 섭섭해하실 것 같다. 오늘 아침, 어머니가 잘 하고 오라는 말을 하셨는데, 서운함이 묻어있는 것 같더라. 매년 겨울이 되면 내 경기를 보러오셨다. 이젠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달래드려야 할 것 같다.

-- 지도자로서 계획은 있나.
▲ 올해 은퇴 결심을 했다. 향후 계획을 짜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지도자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 밴쿠버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 모태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모태범은 빙상계를 떠나 다른 종목을 하고 있다. 가끔 연락하는데. 함께 운동했을 때가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현역 운동선수인데, 자기가 맡은 것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나.
▲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답변은 변함이 없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선수,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 베이징 올림픽 때 무엇을 하고 싶나.
▲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
-- 기억 남는 라이벌이 있다면.
▲ 나오와 경쟁하기 전엔 중국 선수(장훙)와 경쟁했다. 당시 한중전이라는 경쟁 구도가 있었다. 해당 시즌에 내가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한중전과 함께 나오와 경쟁한 (평창올림픽) 한일전이 기억에 남는다.

-- 고마운 사람이 많을 것 같다.
▲ 도움 주신 분들 많은데, 소치 올림픽과 평창올림픽에서 도움을 준 케빈 크로켓 코치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된다면 캐나다에 가서 감사 인사하고 싶다.
-- 세계신기록 안 깨지고 있다. 언제까지 세계기록이 안 깨졌으면 좋겠나.
▲ 영원히 안 깨졌으면 좋겠다. (웃음)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36초대 진입이 쉬워진 것 같다. 한 1년 정도만 유지됐으면 좋겠다.
--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었다. 항상 부담감이 컸다. 반드시 1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식단 조절도 해야 했다. 남들이 하나를 할 때 나는 둘을 해야 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이런 과정이 나를 이 자리로 이끈 것 같다.
-- 후계자를 꼽자면.
▲ 김민선(의정부시청)을 추천하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 내 어렸을 때 모습과 비슷하다. 평창올림픽 때 같은 방을 썼는데 오히려 내게 떨지 말라고 잘 하라고 하더라. 좋은 신체 조건도 갖고 있다. 김민선이 빙상 최강자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

-- 김연아 등 주변 선수들에게 연락을 받았나.
▲ 한국에 있는 친구보다 외국 친구들에게 많은 메시지 받았다.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와 나오도 메시지를 보내줬다.
-- 연예소속사와 계약을 했는데.
▲ 아직은 향후 계획이 없다. 연예소속사라고 해도 속해있는 스포츠 스타가 많다.
-- 선수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 평창올림픽 전이 힘들었다. 메달을 못 따면 어쩌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이제 편하게 자고 싶다.

--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 선수도 하는데 왜 난 못하지'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런 생각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것 같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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