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 사망 시 유족 1명이 권리승계…82~88년생은 유공자 아닌 수권 유족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1980년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 명단에 1982년생부터 1988년생까지 포함돼 있다. 누구는 태어나기 전부터 유공자였다."
지난 3월부터 인터넷에 퍼진 유튜브 게시물의 내용이다.
보수 성향의 한 유튜버는 국가보훈처에서 나온 5·18 유공자 명단이라며 이름이 가려진 채 출생연도 등이 표기된 명단을 들고나와 이같이 주장하면서 "유공자의 부모와 자식까지 가짜 유공자가 되어 2억 현금보상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보훈 관련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우선 인터넷에 떠도는 명단은 5·18 유공자 본인뿐만 아니라 유공자의 권리를 승계한 유족까지 포함한 수권자 명단이다.
보훈처에 따르면 유공자 본인 사망 시 유족(배우자, 자녀, 부모) 중 1명에게 권리를 승계할 수 있다. 이때 유족이 유공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수권 유족으로서 보훈대상자가 된다. 5·18 유공자뿐 아니라 다른 국가 유공자도 마찬가지다.
가령, 5·18 유공자가 사망할 경우 그의 자녀가 권리를 승계받아 수권자로 보훈처에 등록될 수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5·18민주유공자 명단은 관련법에 따라 비공개사항이지만, 국회의 자료 요구에 따라 개인신상정보를 삭제하고 5·18민주유공자 관련 현황을 제출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제출한 자료는 유공자 명단이 아니라 수권자를 기준으로 작성한 명단이었다"고 덧붙였다.
4월말 현재 유공자 본인 3천603명, 유족 810명 등 총 4천413명이 5·18 민주유공자 수권자로 등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5.18민주화운동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로 분류된 이들의 자녀 중 82~84년생이 있다며 '가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법률상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오해다.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상 '5·18민주화운동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뿐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상이(질병 포함)의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한다.
5·18로 인한 상이의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의 82~84년생 자녀가 '5.18민주화운동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의 자녀로 등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공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부모와 자식까지 가짜 유공자가 되어 보상금을 중복 수령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5·18 관련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은 2002년부터 시작된 유공자 등록과 별도로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에 따라 1990년부터 7차에 걸쳐 이뤄졌다.
이 법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또는 상이를 입은 사람과 그 유족'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닌 유족이 보상금을 수령할 경우 민법에 따른 재산상속분에 따라 보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2018년말 현재 이 법에 따라 보상받은 피해자는 총 5천807명, 지급된 보상금은 총 2천510억9천700만원이다. 1인당 평균 보상금은 4천300만원 정도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금액(2억원)과는 차이가 있다.
5·18 보상자 수와 유공자 수가 다른 것은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은 이들이 자동으로 유공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5.18 예우법'에 따라 보훈처에 별도로 신청을 하고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 받은 사람이 유공자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보상을 받았더라도 보훈처에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유공자 신청을 했더라도 신원조회를 통해 결격 사유가 있어 반려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공자 숫자가 보상자 숫자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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