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외무장관 만난 폼페이오, 이란 위협증거는 제시안해"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부 고위 참모들이 미국을 이란과의 군사 대결로 성급하게 몰아넣고 외국에서 벌여온 전쟁에서 철수하겠다는 자신의 오랜 약속을 산산조각낸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 해소를 위해 외교적 접근법을 선호하고 이란 지도자와 직접 대화를 희망한다며 몇몇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아는 고위 관료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이란 문제가) 마치 전쟁 같은 계획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이 관료는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스스로 앞서 나가 트럼프 대통령이 짜증이 났다면서 이 두 사람과 다른 이들이 합심하도록 하기 위해 혼란(scramble)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와 거래를 희망하고 이란 정부와 협상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에 합류하기 전부터 주창해온 '정권교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변화가 없다면 이란에 무력 대응할 의향이 없지만, 만일 미국인이 죽거나 극적인 갈등 고조가 있다면 기꺼이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볼턴 보좌관에 대해 불평하지만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 이를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이란 브리핑에 참석해 이란의 위협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이라크의 미국 외교시설 위협을 암시하는 정보 ▲페르시아만의 소형 선박에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대 탑재를 준비할지 모른다는 우려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란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에 대한 지시문 등 이란의 세 가지 행동이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날 이라크 주재 자국 공무원에 대해 철수령을 내렸다.
WP는 이란에 대한 갈등보다 억지력이 낫다는 관점이 국방부 전반에 단일하게 걸쳐 있으며,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으로 대표되는 민간 공무원에 의해서도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국방부 관료들은 볼턴 보좌관의 공격적 접근을 골칫거리로 묘사해 왔고, 페르시아만에 무기와 인력의 추가 배치가 공격의 유발 대신 예방 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한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을 급히 방문한 것은 이란 문제가 자신의 생각과 달리 더 전쟁 같은 상황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주된 요인이었다고 WP는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이란 핵합의의 당사자인 유럽의 국가들과 회동을 추진했지만 모임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해 장관들을 일대일로 만나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은 최근의 이란 정보에 근거한 경고와 함께 전쟁이 아닌 외교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희망을 전달하려는 의미를 가진 것이었지만 유럽의 외무장관들은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과 만남에 참석한 한 유럽 관료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의 잠재적 위협을 우려하는 이유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왜 왔는지 어리둥절했다고 WP에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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