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0만개 숲 2만8천여종 수목 자료 토대로 작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숲은 지하에서 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뿌리가 균근(菌根·뿌리곰팡이) 균 및 박테리아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면서 전체가 서로 연결돼 있다시피 한다. 숲을 인터넷망인 '월드와이드웹(www)'에 빗대 '우드와이드웹'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숲의 비밀스러운 지하 세계의 핵심 연결고리는 수백만 종에 달하는 균근 균과 박테리아다. 이들이 식물 뿌리와 서로 필요한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공생관계를 형성해 숲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이들의 공생관계에 관한 첫 세계지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6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B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취리히)의 생태학자 토마스 크라우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70여개국 110만여개 숲에 서식하는 2만8천여종의 나무를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세계 수목과 균근 균의 공생 지도를 만들었다.
크라우더 교수가 지난 2015년 약 3조에 달하는 세계 수목 분포도를 발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논문을 본 스탠퍼드대학 생물학과의 카비르 피이 조교수가 각 수종과 공생관계에 있는 미생물 분포도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이후 2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공생관계 중 참나무와 소나무 등의 뿌리 외부에서 서식하는 외생균근균(EM·ectomycorrhizal)과 단풍나무와 삼나무 등의 뿌리 내부에 기생하는 내생균근균(AM·arbuscular mycorrhizae), 땅콩 등 콩과 작물과 관련된 질소고정 뿌리혹 박테리아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수종과 결합된 균근균을 확인하고 각 지역의 온도, 강수량, 지형 등의 상관관계를 찾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은 곳은 추정치로 지도를 메웠다.
온도가 낮은 아한대(亞寒帶)에서는 나무와 유기물의 부패 속도가 느려 영양분을 찾아 넓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외생균근균이 번성해 나무 다섯 그루 중 네 그루는 이 균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물 부패 속도가 빠른 열대지역에서는 반대로 내생균근균이 장악해 네트워크가 넓지 못하고 국지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고정 식물은 미국 서남부의 사막 등과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가장 번성했다.
크라우더 교수는 BBC뉴스와의 회견에서 "MRI(자기공명영상법) 뇌 스캔을 통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토양 아래 균근 균 지도는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외생균근균은 대기 중의 탄소를 잡아두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후변화에는 취약해 기온이 오르면 외생균근균 자체가 줄어들고 60%에 달하는 관련 수종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대신 탄소 순환을 촉진하는 내생균근균이 그 자리를 메워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207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된다면 외생균근균은 10% 줄어들고 이들에 의존하는 수목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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