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설득· 자원봉사 활동 끌어내 공동체 커뮤니티 구축
화·수·금요일 어르신 사랑방 '활기'…텃밭 수확도 나눠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수영구 광안3동 금련산 자락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샛노랗게 칠해진 2층 주택을 볼 수 있다.
행인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이곳은 '새미마을 사랑방'이다.
사랑방 이름은 몰라도 '노란집'으로 통하며 동네 주민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색깔만큼이나 외관이 독특하다. 건물 외부가 무엇인가에 뜯겨나간 것 같은 흔적을 가지고 있다.
뜯긴 부위에 벽화가 알록달록 그려져 있고 그 앞에 자그마한 텃밭이 조성돼 있어 마치 인테리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도로 공사를 하며 파손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곳이다.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공방 작품들로 꾸며졌고, 주민들이 둘러앉을 수 있는 의자도 놓였다.
매주 화·수·금요일이면 이곳은 봉사를 하는 공방작가들과 이들로부터 천연화장품, 방향제 만들기 등을 배우는 지역 어르신으로 활기가 넘친다.
규모는 작지만, 텃밭에서 어르신들이 고추·상추를 직접 키우고 수확해 반찬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필요한 물건을 골라가게 하는 행복 나눔 장터도 열린다.
이웃 간 소소한 정이 오가는 이곳은 3년 전만 해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사랑방은 원래 오랜 기간 방치된 폐가였다.
쓰레기 무단투기로 악취가 진동하고 길고양이 서식처, 청소년 탈선 장소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당시 집 주변에 쌓인 쓰레기만 12t에 달했다.
아흔살의 집주인이 거주를 옮기면서 "아이들과 추억이 깃든 집이라 차마 팔 수 없다"며 소유권은 계속 가지고 있었지만,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곳이다.
2016년 초 관할 수영구가 마을의 골칫거리 해결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사유지 정비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어 고민하다가 주민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끌어내 해결하기로 했다.
집주인을 설득해 공간을 무상사용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부녀회 등 단체원 90여명의 협조도 끌어내 폐가 정비에 나섰다.
그때부터 대지 56.53㎡, 2층, 방 4개 규모의 폐가는 대변신을 시작해 그해 10월 노란집으로 정식 개관했다.
쓰레기와 폐기물 처리, 잡초제거, 건물 보수, 외벽 도색, 전기, 도배, 장판, 벽화 그리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주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주민들은 "폐가가 정비되면서 마을이 훤해졌다"면서 "마을에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시설이 생기고 이곳에 봉사단체가 터를 잡고 주민을 도우려 하는 노력이 너무 예쁘고 기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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