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갈이 단식하는 남극펭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깃갈이 단식하는 남극펭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극지연구소, 분변 관찰 결과 "면역 높이고 지방 축적"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매년 번식을 마친 펭귄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7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펭귄은 번식 후 겨울을 맞기 전 2∼3주간 묵은 깃이 빠지고 새 깃이 나는 깃갈이를 한다. 이 기간에는 물속을 헤엄칠 수 없어 자발적인 단식에 들어간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2013년 세종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 떨어진 펭귄마을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수십 마리의 분변을 채취·분석해 펭귄의 몸속 변화를 찾아냈다.
연구팀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펭귄 분변에서 '푸소박테리아'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균은 지방산을 생산해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한다고 알려졌다.
극지연구소는 "단식 전과 비교해 다른 미생물도 구성이 변했고, 특히 젠투펭귄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했다"며 "남극의 혹한 환경에서 단식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응 과정의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호주에 사는 쇠푸른펭귄과 사우스조지아섬의 임금펭귄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남극펭귄의 분변을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렸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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