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치인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를 비하하는 '달창'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지 며칠 만에 같은 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 파문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에 앞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결 정국에서 한국당 세력을 겨냥해 "도둑놈들"이라고 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최근 광주행(行) 재방문 의사를 밝힌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했다. 여야, 진보·보수, 다수·소수당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이들 언어가 안 그래도 심각한 시민들의 정치혐오와 탈(脫)정치화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서로를 배제할 상대로 여기고 증오하는 감정에 치우쳐 내뱉는 거친 언사의 악순환은 가까이는 패스트트랙 갈등 증폭과 역사인식 간극의 크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정파에 맞선 일부 자기 지지층의 여론에만 귀를 열고서 그들의 결집을 노리는 효능감에 취하면 막말이 막말로 보일 리 없다. 더러 막말 촌평은 투쟁과 결기의 촌철살인으로 간주되고 지지층을 동원하는 마술피리로까지 여겨지곤 하리라. 그러나 그것은 잠시 잠깐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깨닫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품격의 언동을 보이는 정치인, 그리고 정책으로 말하는 정당을 선호하며 어느 순간 옥석을 분명히 가려낸다. 지난해 6월 한국당의 지방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로 홍준표 당시 대표의 막말 정치를 꼽는 한국당 의원들이 있었다는 점을 여야 모두 되새겨야 한다. 그렇게 공격받았던 홍 전 대표마저 나 원내대표가 '달창' 표현을 쓴 데 대해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라는 말이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큰 구도의 정당 간 대치와 경합은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혁할 힘을 달라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 달라는 한국당 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상되는 총선이므로 지지층을 동원하는 감정의 언어가 난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책이 필요할진대, 무슨 대단한 것이 따로 없다. 무엇보다 각 정당 지도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들이 먼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삼가야 하며, 그런 행위를 하는 당원들에게 무관용을 보여야 한다. 정당 사이에도 어느 한 편이 막말을 했다고 다른 한 편이 막말로 응수하는 일대일 상호주의 전략과 과감히 결별할 것을 촉구한다. 가장 중요한 해결사는 주권자인 국민이다. 상대방의 일면을 부풀리고 단순화하여 왜곡되게 공격하고 증오를 선동하며 혐오를 부채질하는 이들을 '단죄'해야 할 최종 주체는 유권자일 수밖에 없다. 누가 또는 어느 정당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반드시 기억하고 투표로 응답해 줘야 한다. 서로의 '다름'과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말하고 비판하며 타협하고 절충하는 정치는 그래야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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