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 얼굴에 비키니 차림 여성 사진 합성…학교 '발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유머잡지 '하버드 램푼'(Harvard Lampoon)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피해자인 안네 프랑크의 선정적 이미지를 출간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안네 프랑크의 얼굴을 비키니 차림의 여성과 합성한 사진을 잡지에 게재한 하버드 램푼이 공개 사과했다고 전했다.
하버드 램푼은 12일 출간한 잡지에 안네 프랑크의 합성 사진을 싣고 '가상 노화 기술은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잡지가 발행되자 하버드 캠퍼스가 발칵 뒤집혔고 학생과 교수진은 하버드 램푼의 사과를 요구했다.
램푼의 사과와 공개적인 진상 발표, 재발 방지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 점검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15일 오후까지 약 350명이 서명했다.
하버드 유대인 센터의 랍비 요나 스타인버그는 램푼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당 사진을 "나치의 음란행위"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하버드 3학년생인 폴레트 슈스터는 "집단학살로 죽은 소녀를 성적 대상화한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는데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네 프랑크는 1945년 15살의 나이로 독일의 나치 수용소에서 숨졌다. 그녀가 가상의 친구인 키티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적은 일기는 훗날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안네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하버드 램푼은 14일 성명을 내고 공개 사과했다.
편집진은 성명에서 "우리가 가한 공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우리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이 같은 사진이 제작되고 발행되도록 한 부주의에 대해 개인과 조직 차원의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야기한 모든 피해에 대해 사과하며 램푼은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를 우려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편집진은 이 같은 콘텐츠의 발행을 방지하기 위해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재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애런 골드먼 하버드 대변인은 15일 "안네 프랑크의 기억과 유산을 깎아내린 램푼의 만화는 매우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것이었다"며 "이는 하버드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미 적절한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버드 램푼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아 하버드대 학부생들이 펴내는 유머잡지로 1876년부터 이어져 왔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하버드 램푼 편집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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