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독과점 가능성은 경계…"지방 SO 보호 방안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정부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자 인터넷TV(IPTV) 업계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의 종합유선방송(SO) 인수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나타나 독과점할 경우 지방 SO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과기부, 유료방송 점유율 폐지 제안…KT에 호재
19일 국회와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에서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아있는 IPTV와 SO 사업자들에 대한 시장점유율 규제도 전부 폐지,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유료방송시장 전체 점유율을 3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 외에 IPTV와 SO 사업자에 대한 개별 점유율 규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갈라파고스 규제'로 인식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IPTV 업체들은 국회의 동의 여부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 대한 공식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점유율 규제가 폐지되면 IPTV를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활기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31%로 1위인 KT[030200]는 점유율 규제 폐지로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키우기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서는 물론 점유율 20.7%인 KT 자체적으로도 SO를 인수할 수 있다.
KT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는 합산규제 폐지와 함께 전체 유료방송사 시장점유율 규제가 모두 폐지되는 것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KT는 경쟁사들이 SO를 인수해 1위 자리를 넘볼 것에 대비해 점유율 6.4%인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KT 측은 국회에서 논의가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딜라이브를 경쟁사가 인수해 1위 자리를 넘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SO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SK텔레콤[017670]은 SO사업자인 티브로드 인수를 추진 중이며, LG유플러스[032640]는 CJ헬로[037560]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SO 인수에 성공하면 유료방송 점유율이 각각 23.8%와 24.5%로 높아져 KT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가 폐지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딜라이브나 CMB(4.8%), 현대HCN(4.1%) 등 SO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다.
◇ KT 독과점 우려…정부 "사후규제 강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점유율 규제 폐지안에 대해 중립적이라며 찬반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양사는 점유율 규제 폐지로 추가 M&A 여지가 생기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KT가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은 경계하고 있다.
KT가 딜라이브 외에 추가 M&A를 통해 점유율을 40%대로 높일 경우 20%대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경쟁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규제 폐지시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방 SO에 대한 보호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과점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점유율 쏠림 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 강화, 이용요금·설비제공 등 행위 규제 개선, 금지행위 등 사후규제 집행 실효성 개선 등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난시청 해소·통일 대비 방송서비스 제공 계획 등 공익성 관련 사항을 법정 심사항목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 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용요금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되 매출액, 가입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사업자의 결합상품 요금은 인가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 요금을 정부로부터 인가받아야 하는 것처럼 유료방송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인 KT에 대해서만 요금 규제를 함으로써 시장 영향력을 이용한 끼워팔기 등을 방지하려는 포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요금이 신고제로 바뀌면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최소채널 상품에 대해서도 인가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요금 수준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다. 결합상품 중심의 할인 경쟁으로 요금인상이 억제되고 있어 이용요금 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에만 있는 점유율 규제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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