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작년에 5번 아이언 쳤던 파 3홀에서 7번 아이언을 잡아도 충분하네요."
체중을 줄이고 갑상선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을 견뎌낸 '탱크' 최경주(49)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또 하나의 뜻깊은 기록을 썼다.
최경주는 17일 인천 스카이72 골프&리조트 하늘코스(파71)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경주는 공동 34위(3언더파 139타)에 올라 컷 기준 타수 1언더파 141타를 여유 있게 넘었다.
SK텔레콤오픈에 최다 출전(19회), 최다 우승(3회) 기록을 지닌 최경주는 12회 연속 컷 통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해 코리안투어에서 연속 컷 통과 기록이 29회에서 중단됐지만 메인 스폰서인 SK텔레콤오픈과 억센 인연을 이어갔다.
최경주는 "전혀 의식하지 않아서 몰랐다"면서 "이 대회에 나오면 한타 한타를 소홀하기 어렵다. 아무리 컨디션이 나빠도 죽을 힘을 다해 쳤던 게 이 대회"라며 웃었다.
한창 몸 여기저기에 통증을 느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지난해 이 대회 때 최경주는 기상 악화로 1, 2라운드를 하루에 다 치르는 강행군을 펼치고도 거뜬히 컷을 통과한 바 있다.
최경주는 "미처 몰랐지만 갑상선에 종양이 자라고 있을 때였다. 연습장에서 30분만 연습해도 엄청 피곤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종양 때문이었다"면서 "그래도 이를 악물고 쳤던 게 연속 컷 통과라는 선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선두 그룹과 타수 차는 전날보다 더 벌어졌지만, 최경주는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다"면서 "체중 감량 전보다 샷에 힘이 붙어 조금만 더 감을 찾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경주는 드라이버뿐 아니라 아이언샷 비거리도 체중 감량 전보다 20야드 이상 늘어 경기를 전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같은 거리 파3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도 버거웠는데 이번에는 7번 아이언으로도 거뜬하다"는 최경주는 "같이 경기한 권성열 선수와 드라이버 거리도 비슷하게 나갈 때가 많았다"고 자랑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원인을 뜻대로 풀리지 않은 그린 플레이를 지목했다.
"그린 스피드에 스트로크를 못 맞추고 있다"는 최경주는 "놓친 5m 이내 퍼트만 다 넣었어도 8, 9언더파는 쳤을 것"이라며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2라운드에서도 그는 두 번 밖에 그린을 놓치지 않았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버디는 3개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그는 "어제 경기 끝나고 퍼트 연습을 좀 했더니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나았다. 오늘도 연습 좀 더 하면 내일은 더 낫지 않겠냐"면서 "최종 라운드를 5타차 이내로 좁히면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 하겠다"고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최경주는 이날 SK텔레콤오픈 출전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에게 떡을 돌렸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는 "PGA투어에 진출한 지 올해가 20년째다. 한국에 올 때마다 환대해주는 코리안투어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떡 200상자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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