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 가면 큰돈 벌 수 있다"…외국인도 원정 범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달 12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한 유명사찰 법당을 찾은 중국인 A씨가 불상 앞에서 합장했다.
A씨는 공범 B씨가 법당 밖에서 망을 보는 사이 미리 준비한 도구로 불전함에 있던 현금 11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취업비자와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지난 3월 말부터 10일 동안 전국 유명사찰을 돌며 모두 17차례에 걸쳐 불전함에 있는 돈 360만원을 훔쳤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국 사찰 절도에 관한 방송을 보고 한국에서 이런 범행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까지 불전함 절도 소식을 접하고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실제 국내에서 사찰 절도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부산에서만 한 달에 2∼3번꼴로 사찰 절도범 검거 소식이 들려온다"며 "특히 부처님오신날 앞뒤로 절도 등 사찰 범죄 발생 빈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에는 1년 가까이 용인, 화성, 평택, 수원 등 경기지역 사찰 19곳에 침입해 86차례 불전함을 털어 2천300만원을 훔친 5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에서 기도하는 척 법당에 들어가 불전함에 있는 현금을 훔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같은 수법으로 범행하다 10차례나 구속된 전력이 있을 정도로 상습적으로 불전함을 털었다.
이처럼 사찰 불전함이 절도범 표적이 된 이유는 종교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출입이 쉽고 소규모 사찰은 폐쇄회로TV나 인력이 없어 관리 사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찰은 불자들의 불심을 담은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우려해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찰 관계자는 "잦은 절도로 몇 년 전 CCTV까지 새로 설치했는데도 불전함이 털린 적이 있다"며 "소규모 사찰은 관리자가 항상 상주하지도 못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찰 등 종교시설은 대부분 침입이 쉽고 절도범들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며 "사찰도 불전함에 들어있는 현금을 수시로 옮기고 잠금장치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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