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직원들에 "긴급발표 준비로 씻지 못했다고…여러분은 제게 그런 사람"
이례적으로 ITF 불참하고 버스·신도시·택시 등 현안 진두지휘
(세종=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최근 공직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목소리 또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의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국토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접어들며 많은 분이 우리 정부와 국토부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공직자에 대한 아쉬움 토로'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앞서 나눈 "정부 관료가 말을 덜 듣는다", "김현미 장관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 등의 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 장관은 "국민적 요구에 성과로 화답한다면,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또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사랑하는 국토 교통 가족 여러분'이라는 제목처럼, 김 장관은 이날 올린 글의 상당 부분을 국토부 직원들을 감성적으로 다독이는데 할애했다.
김 장관은 "긴급발표 준비로 제대로 씻지 못했다며 일부러 멀찍이 앉아 보고하던 직원, 민낯에 머리를 대충 묶었지만 일에 대한 열의로 얼굴이 더욱 환해 보였던 직원, 몸이 아파도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만 받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 직원, 아이 안부를 물었더니 대답 대신 눈시울을 붉히던 직원…여러분은 제게 그런 사람입니다"라며 지난 2년을 회상했다.
그는 "집값 급등으로 잠 못 이루며 대책을 설계할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고 현장을 방문할 때도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 여러분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라며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김 장관은 이 밖에도 타워크레인 사고, 대형 항공사 문제, BMW 차량 화재, 버스업계 파업 위기, 건설업계 업역 규제 해소,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 등 이 정권 들어 국토부가 처리한 굵직한 이슈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우리가 지향과 호흡을 함께 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믿음은 구체적 경험이 쌓일 때 만들어지는 마음입니다.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그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든든하고, 늘 고맙습니다"라며 직원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이처럼 정치권의 비하 발언과 격무에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는 동시에, 각종 현안도 직접 챙기며 지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고 있다.
당초 김 장관은 22일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버스 파업 사태를 비롯해 3기 신도시에 대한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 차량 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 등 큰 현안이 꼬리를 물자 결국 김 장관은 출장을 포기하고 김정렬 제2차관을 대신 보내기로 결정했다.
행사 자체가 장관급 회의인 데다, ITF 가입 12년 만에 우리나라가 첫 의장국으로서 주재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김 장관의 불참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국토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김 장관의 현안 인식이 '긴박하다'는 뜻이다.
일단 김 장관은 정치인 특유의 추진력을 앞세워 버스 파업 사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 200원 인상,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 등의 합의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앞서 13일에도 김 장관은 서울 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긴급 '녹실(綠室) 회의'를 진행하고, 국회에도 들러 비공식 당정 협의에 참석했다. 파업 예고 시한(15일)에 앞서 최근 수일간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담판' 형태로 긴박하게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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