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화' 고교동아리, 지도교사 없어 해체위기에 학교규탄 집회

입력 2019-05-18 08:11  

'성평화' 고교동아리, 지도교사 없어 해체위기에 학교규탄 집회
교육부 지침 '지도교사 없으면 동아리 운영 불가'…"성평화 담론'에 우려도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성(性) 평등이 아니라 '성 평화'를 지향하자"면서 동아리를 만들었다가 지도교사를 구하지 못해 해체될 상황에 놓였다.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A고 남녀학생 6명은 지난 3월 "남녀 간에 갈등이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자'는 취지로 활동하겠다며 '성평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동아리는 사회 관련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 B씨가 지도교사를 맡았다. 그러나 B씨는 3∼4월 동아리 활동을 지켜본 결과, 학생들이 추구하는 '성 평화' 담론이 자신이 생각하는 '성평등'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B교사는 학생들과 두 차례 토론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지도교사를 그만뒀다.
지도교사가 없으면 교육부 지침상 자율동아리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에 학교 측은 다음 주 회의를 열어 동아리 해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동아리를 없애려 하고 있다"면서 이날 오후 서울 낙성대역 2번 출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연다.



이를 두고 학생들이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때 지도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활동이 무산되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페미니즘 모임도 "이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절차적 문제점은 비판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운영위원은 "이 동아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같은 규정 때문에 페미니즘 동아리도 운영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사와 학생이 평등해야 할 학교 공동체에서 교사의 권위로만 특정 담론이 제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지침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동아리 존속 여부와 별도로 일각에서는 이들 학생이 내세우는 '성 평화' 담론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평화 담론'은 여성을 향한 폭력·범죄가 많은 이유는 구조가 성차별적인 게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특정 상황들 때문이며, 따라서 남녀가 무조건 평등해야 한다고 갈등할 게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자는 주장이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폭력이 상황 때문에 벌어진다고 하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말자' 식 접근이 된다"면서 "여성이 어두운 밤길을 가면 안 되고 노출 의상을 입으면 안 된다는 '피해자 유발론'으로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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