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땐 전체적인 조화에 중점…이준호, 변호사 역할에 딱"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배꼽을 잡게 하는 코믹극과 강약조절 없이 '강'으로만 치닫는 장르극이 '대세'로 인정받는 요즘, 최근 종영한 tvN '자백'은 그런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작품이었다.
치밀하고 깔아둔 복선들은 마치 정교한 1천 피스 짜리 퍼즐을 맞추는 듯 차분하고 정적이었지만 극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만큼은 결코 다른 흥행 드라마들에 뒤지지 않았다.
종영 후 '자백'은 웰메이드 장르극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17일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철규(53) PD는 정작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백'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이야긴데, 좀 더 시간이 많이 주어졌으면 했어요. 사건, 인물이 그렇게 많고 각각 독립돼 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모든 사건과 인물이 하나로 연결되잖아요. 작가님이 기본적인 틀을 굉장히 잘 짜놓으셨지만, 시간이 충분했다면 (제가) 그 틀의 디테일을 채워나가는 작업을 충실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촘촘한 구성이 드라마의 장점이었지만, 현실에선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까닭에 '자백'은 높은 완성도에 비해 시청률이 5%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김 PD는 "시청자들이 따라오게 해주는 게 연출자로서의 숙제였다"고 말했다.
"잠깐 한눈팔면 이야기를 못 따라오겠다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쉽게 설명해줄까, 그게 큰 과제였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다시 물어봤어요.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설명해줄 것인가.' 단, 설명이 길면 지루해지니까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신경을 썼죠."
'자백'엔 혀를 내두를 정도의 스타 캐스팅은 없었지만 모든 배역이 제 몸에 꼭 맞춘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했다.
김 PD는 "기본적으로 드라마 자체가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며 "이야기의 힘으로 가야 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캐스팅 단계에선 전체적인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많은 인물이 극 중후반으로 가면서 어떻게 성장할지 명확히 정리가 안 됐던 상황이라 예측이 어려웠어요. 디테일하게 어떤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지지 않고 전체적인 얼개만 있었죠. 그래서 전체적인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각 배우의 연령대와 그들이 가진 느낌이 조화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백'으로 장르극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이준호(29)에 대해선 "배우로서 발음이 굉장히 좋고 성량도 뛰어나다"며 "변호사라는 배역에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치켜세웠다.
김 PD는 1994년 KBS 20기 공채 PD로 입사하고 '꽃보다 아름다워'(2004), '황진이'(2006) 등을 연출했다. 이후 KBS를 나와 tvN '응급남녀'(2014), '시카고 타자기'(2017) 등에서 메가폰을 들었다.
지난해 '마더'를 통해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안은 그는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조심스러움"으로 정의했다.
"어떤 이야기든 조심스럽게 내놔야 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재밌어할까, 받아들일까…. 조마조마하면서 내놓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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